공룡 싸움에… 글로벌 금융시장 살얼음판

입력 2018-06-22 18:26

“허리띠를 졸라매라. 무역전쟁의 공포가 더 심해진다.”(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우려가 증폭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공룡들의 싸움에 신흥국 시장은 한층 괴롭다.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아직까지 우세하다. 다만 G2(미·중) 분쟁이 패권 다툼으로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골드만삭스는 21일(현지시간) 배포한 보고서에서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의 격화는 천천히 진행되더라도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이 다음 달 초쯤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관측한다. 미국은 1차로 중국산 제품 818개 품목(340억 달러어치)에 다음 달 6일부터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중국도 미국을 상대로 같은 규모의 보복관세를 준비하고 있다. 타협하지 않으면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무역전쟁은 미·중 분쟁을 넘어 유럽연합(EU) 등으로도 번지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EU는 22일부터 28억 유로(약 3조6000억원) 규모의 미국산 상품에 대해 보복관세 조치를 시행했다. 미국산 위스키, 리바이스 청바지, 할리데이비슨(오토바이) 등이 대상이다. 미국의 문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제품을 표적으로 삼았다. 앞서 미국은 EU 캐나다 멕시코의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이 단절되면 한국의 중간재 수출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한국의 전체 대중(對中) 수출에서 중간재 수출 비중은 79%(2017년 기준)에 달한다.

여기에다 무역전쟁 장기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KB증권 김두언 연구원은 “중국은 미국과의 패권 경쟁이 불가피하다. 구조적으로 양국의 무역분쟁은 장기전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타협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중국 왕치산 국가 부주석이 소방수로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미국 정부의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이 왕치산 부주석을 초청해 무역분쟁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 한다고 보도했다.

금융투자업계는 국내 주식시장의 코스피지수 변동성이 당분간 계속될 수 있지만 2300선보다 아래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코스피지수는 22일 0.83% 오른 2357.22로 마감했다. 장중에 연중 최저치인 2320.76까지 주저앉기도 했지만 외국인이 ‘사자’로 전환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외국인은 56억원을 순매수했다. 기관과 개인이 각각 90억원, 243억원을 순매도했다. 아시아 증시도 혼조세를 보였다. 중국 증시는 상승했지만 일본과 홍콩 증시는 하락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