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교회가 남남갈등 해소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할 교육의 구심점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국민일보목회자포럼(대표회장 소강석 목사) 정기포럼에서다. ‘한반도 평화와 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기조연설을 했다. 이어진 토론에는 반 전 총장과 김황식 전 국무총리, 박종화(국민문화재단 이사장) 목사가 패널로 참석했고 소강석 목사가 진행을 맡았다.
반 전 총장은 “지금의 남북 화해 분위기는 국제 정치사적으로 볼 때 굵은 족적으로 기록될 ‘세기의 사건’”이라며 “한국과 미국이 동맹을 공고히 유지하면서도 평화와 통일의 주체는 남한과 북한이 돼야 한다는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가 빠져 의혹이 많지만 완전한 비핵화 없이 경제제재 해제도 없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지렛대 삼아 점진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들이 도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의 연설은 ‘목회자 역할론’으로 귀결됐다. 반 전 총장은 “목회자들은 권력을 행사하지 않으면서도 정신적 지도력이 큰 분들인 만큼 교인들을 평화의 길로 인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교회의 역할은 토론에서 더욱 강조됐다. 박 목사는 “한반도엔 ‘하나님의 때’가 도래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서독교회가 동독교회에 분단 기간 중 무려 3조3000억원에 달하는 현금과 물자를 지원했다는 통계가 있다”며 “끝이 보이지 않는 분단 상황에서 서독교회가 인내를 갖고 동독을 지원한 경험을 통해 현재 한국교회들이 해야 할 역사적 사명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목사는 “무조건 퍼주라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인내와 신뢰를 갖고 북한교회와 접점을 넓히라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연수 등을 위해 독일에서 2년 가까이 체류한 김 전 총리도 독일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통독 과정을 연구한 뒤 내린 결론은 ‘하나님의 작품’이란 사실”이라며 “하나님의 큰 그림이 그려지는 시기는 바로 인간이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고 전적으로 의지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도 천문학적인 예산이 소요되는 청사진만 보여줄 게 아니라 하나의 민족인 남북이 작은 부분에서부터 교류할 수 있도록 통일의 로드맵을 보여주는 게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패널들은 날로 심각해지는 남남갈등 해소가 시급하다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반 전 총장은 “언젠가부터 좌파나 보수 등 사람에게 색깔을 덧입히는 분위기가 만연하고 있는데 사상의 자유라고 보기엔 상당히 위험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우려했다. 그는 “아프리카 오지에서 기독교인 봉사자들을 만난 일이 많다”면서 “남남갈등을 불식하고 ‘세계 시민’의 일원이라고 교육할 곳은 교회밖에 없다. 교회가 통일 시대를 이끌어 달라”고 당부했다.
소 목사는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는 요즘 통일의 꽃길을 여는 마음으로 포럼을 준비했다”면서 “봄이 돼 꽃이 피는 게 아니라 한 송이 꽃이 봄을 부르는 것인 만큼 우리의 작은 노력이 평화 한반도에 큰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한반도 평화와 교회의 역할] “교회가 한반도 평화 정착 구심점 돼야”
입력 2018-06-23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