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년 만의 이산가족 상봉, 단발성에 그쳐선 안돼

입력 2018-06-23 04:00
남북이 22일 북측 금강산관광지구에서 적십자회담을 열어 오는 8월 20∼26일 금강산에서 남북 각각 100명씩이 참가한 가운데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남북 관계 경색으로 2015년 10월 이후 중단됐던 남북 혈육들의 집단 상봉이 재개되는 것은 반갑고도 다행스럽다. 그러나 횟수나 규모 등 합의 내용은 기대에는 미치지 못해 아쉽다.

남북은 8월의 상봉이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정례적이고 상시적인 만남의 물꼬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가족의 생사도 모른 채 이산과 실향의 고통을 삭이고 있는 이들이 너무나도 많다. 1985년 남측 고향방문단 및 예술공연단의 북한 방문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27차례 대면·화상 상봉이 진행됐지만 행운을 누린 이들은 소수였다. 상봉 행사 때마다 인원을 제한해 대다수 이산가족들은 TV로 지켜보며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이산가족 등록자는 지난달 말 기준 13만2124명인데 7만5234명 사망해 5만6890명이 생존해 있다. 이들의 85% 이상이 70세가 넘는 고령자라 남아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남북은 인도주의적 견지에서 이산가족 상봉 확대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추진해야 한다. 전면적인 생사 확인을 거쳐 상봉을 정례화하고 대상 인원도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 후속 협상을 통해 상설면회소 설치, 서신 및 영상 교환, 고향 방문 등 추가 합의를 이끌어내길 바란다.

북측도 인도주의 정신에 입각해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북측 대표인 박용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회담에서 “서로 신뢰하고 배려하면서 좋은 결과물을 이뤄나가기에도 적극 노력하자”고 말했다. 말에 그쳐서는 안 된다. 남북이 서로 존중하는 자세로 임해야 더 많은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래야 군사적 긴장 완화, 경제 분야 교류협력 등 더 높은 단계의 남북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