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8년 만에 구제금융 졸업

입력 2018-06-22 18:47
그리스 구제금융 종결을 앞두고 6월 14일 의회가 선결조건인 긴축법안을 통과시키자 이에 항의하는 아테네의 시위대. 하지만 유로존 채권국 재무장관회의는 21일부터 구제금융 종결을 위한 세부작업의 토론에 들어가 이를 신속하게 합의했다. AP뉴시스

국가부도 위기에 빠졌던 그리스가 8년 만에 구제금융을 졸업했다. 그리스는 국제 채권시장에 정식으로 복귀할 수 있게 됐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을 붕괴 직전으로 몰아넣었던 금융위기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높은 세금과 긴축정책은 계속되는 등 후유증은 가시지 않고 있다.

유로존 채권국들이 21일(현지시간) 룩셈부르크에서 19개국 재무장관 회의를 열고 그리스 구제금융 종료와 최종 부채 경감 계획에 합의했다고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마리오 센테노 유로그룹 의장은 “그리스가 8년 만에 구제금융 졸업을 앞두고 있다”며 “그리스는 아일랜드 스페인 키프로스 포르투갈과 함께 경제를 회복하고 다시 자립한 국가 대열에 합류했다”고 선언했다.

구제금융을 졸업하면 그리스는 채권시장에 공식적으로 복귀할 수 있다. 구제금융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고 국채로 재정을 조달하게 된다.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는 그리스가 안정적으로 구제금융을 졸업하도록 과거에 받은 대출금 상환 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8월까지 150억 유로의 대출도 제공된다.

그리스가 국가부도 위기에 내몰리기 시작한 것은 2010년이다. 그리스는 국제 채권단으로부터 3차례 275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아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구제금융을 받는 8년간 그리스에선 높은 세금과 과도한 긴축에 반대하는 국민 반발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스 의회가 추가 긴축법안을 통과시킨 지난 14일에도 아테네 시내에 노동자 3000여명이 모여 항의시위를 벌였다. 경제위기 한가운데서 집권한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는 한때 실각 위기까지 겪으며 불안한 외줄타기를 해야 했다.

긴축정책이 불러온 마찰과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그리스 국내총생산(GDP)의 180%에 달하는 부채를 관리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로, 그리스가 국제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주기 위해선 가혹한 긴축정책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