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은커녕 식대도 주지 않고 폭언을 일삼은 소속 기획사를 상대로 아이돌그룹 멤버들이 “전속계약 해지를 확인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
아이돌그룹 멤버 A씨 등 5명은 B엔터테인먼트와 2016년 8월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서에는 분기마다 정산이 끝나면 수익금을 배분하도록 했다. 회사의 매출 현황이나 투자비용도 가수가 요구할 경우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일정관리나 프로그램 출연 계약 중개, 음반 제작 및 홍보 등 다양한 지원을 바탕으로 하는 매니지먼트 업무도 B사가 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멤버들은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했다. 수익금 배분은 계약기간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식대도 제공하지 않았다. 식대를 요구하면 “밥 한 끼 굶는다고 안 죽는다”는 말이 돌아왔다. 머리 관리나 메이크업 비용은 직접 부담해야 했고, “자기관리가 중요하다”며 고액의 미용시술을 자비로 받아야 했다. 해외활동에는 매니저와 경호원도 지원하지 않았다. 멤버들이 직접 공연 호객행위를 했고 이 과정에서 성추행을 당하는 일이 빈번했다. 차량 지원이나 춤·노래 레슨도 받지 못했다.
기획사 대표는 폭언을 일삼았다. “말을 듣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 “꼬투리 잡아 거액의 위약금을 물게 하겠다” 등 멤버들이 문제제기를 하면 협박했다. 미성년자 멤버가 성추행을 당했다며 고충을 토로하자 “성공하려고 하면서 이 정도도 못 참느냐”며 꾸짖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부장판사 최희준)는 “회사가 각종 계약 의무를 위반했으므로 계약이 해지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이들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22일 밝혔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밥 한 끼 굶는다고 안 죽어” 아이돌 식대도 안 준 기획사
입력 2018-06-22 1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