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사진 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전면적 비핵화(total denuclearization)가 이미 시작됐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소집한 내각회의에서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중단했고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파괴하고 있다”며 “큰 시험장 중 하나를 이미 폭파했는데, 사실 큰 시험장 4개”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북한이 폭파한 미사일 엔진 시험장이 구체적으로 어디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북한전문 매체 38노스는 위성사진 분석 결과 트럼프 대통령이 지목한 것으로 알려진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는 아직 아무런 해체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지난달 폐쇄한 풍계리 핵실험장과 중거리탄도미사일 시험용 발사대를 지칭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신뢰를 거듭 확인하면서 후속 협상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김 위원장과 나는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고, 우리의 관계가 대단한 성공을 가져올 것”이라며 “우리는 빠르게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각회의에서 마이크 폼페이오(왼쪽) 국무장관을 바라보면서 농담조로 “북한에 간 줄 알았더니 아직 여기 있어서 놀랐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번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간 후속 협상이 신속하게 이뤄지기를 바란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이다.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진 지 열흘이 지났지만 후속 협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의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 결정에 이어 미군 유해 송환 절차가 진행되고는 있지만 핵심인 비핵화 후속 협상 일정은 아직 구체적으로 잡히지 않은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비핵화가 시작됐다” “유해를 돌려받았다” 등 공언을 하는 것은 속도전을 원하는 미국의 바람에 북한이 명쾌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데 따른 조급함 때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대화에 나오도록 도와준 한·중·일 3국 지도자들에 대한 사의도 표시했다. 그는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아주 훌륭했으며, 일이 진척되도록 할 수 있는 압박을 다 했다”며 “문 대통령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미국이 아니었으면 어떤 기회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은 개인적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다”며 “미국이 북한을 위한 밝은 미래를 만들겠다고 말한 것처럼 김 위원장도 (비핵화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명성이 위태로워진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후속 협상 과정에서) 장애물을 만나겠지만 전 세계가 이 중요한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단합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과 소통하고 있으며, 가장 이른 시일 내에 북·미 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폼페이오 장관이 북측과 만날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 당장 발표할 회담이나 출장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감감무소식 후속협상에 몸 단 트럼프 “폼페이오, 北 안 가고 여기 있네” 농담
입력 2018-06-23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