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자유한국당 당대표 권한대행의 리더십이 한국당의 고질병인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간 계파 갈등의 벽을 넘지 못하고 휘청거리고 있다. 중앙당 축소와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등 김 권한대행이 꺼내든 당 쇄신안을 논의하기 위해 21일 열린 의원총회는 계파 갈등만 확인한 ‘빈손 의총’으로 끝났다. 김 권한대행의 사퇴를 촉구하거나 비박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의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권한대행은 국회에서 열린 의총 모두발언에서 “계파 갈등과 이해관계에 따라서 분열하고 또다시 싸워야 하는 구조는 제 직을 걸고 용납하지 않겠다”고 호소했다. 이어 “만일 싸우자고 한다면 이번에야말로 끝장을 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의총 시작부터 친박계 의원들은 비박계 박성중 의원의 ‘휴대전화 메모’를 언급하며 비박계를 거칠게 몰아세웠다. 지난 19일 초선 의원 모임에서 ‘친박 핵심 모인다’는 표현과 함께 ‘적으로 본다/목을 친다’고 적힌 박 의원의 휴대전화 메모가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돼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장우·김진태 등 친박계 의원들은 “없는 사실로 당내 갈등을 부추긴 점에 대해 박 의원이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의원을 출당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분출됐다. 박 의원은 “친박들이 당권을 잡으면 우리(바른정당 복당파)를 칠 것이라는 한 모임 참석자의 우려를 메모했던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초선인 성일종 의원은 이미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의원에 대해서도 “보수 몰락의 책임을 지고 당을 떠나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이에 대해 비박계 의원들은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김 권한대행이 홍준표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지방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친박계뿐 아니라 신상진·심재철 의원 등 중립, 비박계 인사도 일부 가세했다. 일부 초·재선 의원들은 김 권한대행 사퇴 문제를 표결에 부치자고 제안했다. 다만 “안정적인 당 수습을 위해 김 권한대행이 그대로 있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표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 권한대행의 쇄신안도 의총에서 난타를 당했다. 대다수 의원은 김 권한대행의 ‘중앙당 슬림화’ 방향에는 공감을 표했지만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쇄신안을 발표한 것을 문제 삼았다. 한 의원은 “당내 논의 없이 김 권한대행 혼자 쇄신안을 발표한 것은 또 다른 독선과 독주”라고 비판했다. 다른 의원도 “혁신 비대위에서 발표해야 할 당 쇄신안을 김 권한대행이 미리 밝힌 것은 월권이자 가이드라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4일 홍 전 대표 사퇴로 시작된 김 권한대행 체제는 일주일 만에 만신창이가 된 상태다. 한국당 의원들은 점심도 도시락으로 대체하며 약 5시간20분간 의총을 이어갔지만, 당 수습 방안을 찾기는커녕 내홍만 깊어졌다. 한국당 관계자는 “계파 갈등이 공멸의 길이라는 걸 알면서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절망스럽다”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만신창이 된 김성태 리더십, 친박과 비박 다시 충돌하다
입력 2018-06-22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