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응암2동은 유아·아동 인구가 전체 인구의 13%에 달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시설과 공간이 거의 없었다. ‘육아맘’들이 중심이 된 주민들은 차가 없이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실내 놀이터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서울시는 주민 주도의 아이디어에 따라 계획을 수립해 동네 교회로부터 공간을 무상으로 제공받고 키즈카페와 문화센터, 카페테리아 등을 갖춘 ‘육아사랑방’을 열었다.
서울시는 13개 자치구의 35개 동 단위에서 추진해 온 주민자치활동을 통해 2016년 7월부터 511개 지역문제를 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주민이 직접 마을의 문제를 발굴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 실행까지 하는 ‘마을계획 사업’에 주민 3874명이 참여한 결과다.
사업에 참여한 주민들이 발제한 마을의제는 총 519개에 달한다. 이 중 98.7%에 해당하는 511개 의제가 해결단계까지 이른 것이다.
영등포구 여의동에서는 주민들이 이색 재능기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람책’을 제안해 시행하고 있다. 발레와 요리, 재테크, 천연제품 만들기 등 다양한 분야에 재능 있는 주민들이 자신의 지식과 지혜를 다른 주민들에게 전해주는 기회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동대문구 전농2동 주민들은 전농초등학교 정문 앞 옹벽에 직접 그림을 그리는 아이디어를 냈다. 아이들에게 안전한 등하굣길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주민 제안으로 시작된 작업이었다. 벽화그리기에는 동네 주민들과 전동초 학생들이 동참해 저마다 꿈을 담은 그림을 그려냈다.
서울시가 주민 제안 519개 의제를 주제별로 살펴본 결과 생활·안전, 건강·복지, 문화·역사, 교육·돌봄, 공유·경제, 소통·미디어, 자연·생태, 인프라 등 일상 전 분야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 중 주민이 직접 실행하는 ‘주민주도 의제’가 절반(47.8%)에 달했고 ‘민관협력 의제’ 36.4%, ‘정부주도 의제’ 15.8% 순이었다. 주민들은 사업 재원을 시 지원금(3000만원) 외에 자치구 공모사업, 주민참여예산 등에 참여하는 방식을 제안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확보했다.
서울시는 마을계획 활동에 참여한 주민들이 모여 성과를 정리하는 ‘고마워, 마을계획’ 행사를 23일 개최할 예정이다. 전효관 서울혁신기획관은 “지역문제를 주민 스스로 찾고 협력해 해결해가는 마을총회, 주민총회에 보다 많은 주민들이 참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교회가 ‘육아 사랑방’으로, 옹벽이 꿈 담은 화폭으로…
입력 2018-06-22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