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1일 발표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골자는 경찰이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갖는 대신 검찰에 이를 견제할 ‘통제권’을 준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경찰의 수사 자율권이 대폭 확대된 데 따른 구체적인 보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직접 수사 영역도 상당 부분 유지돼 권한이 크게 줄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경찰이 1차 수사권을 갖게 되면 검찰은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기 전까지 수사지휘를 할 수 없다. 그동안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 했던 대공(對共)·선거(정당 관련 범죄 포함)·테러 등 범죄에 대해서도 경찰이 입건 여부를 자체 결정하게 된다.
검찰은 경찰 수사과정에서 법령위반, 인권침해, 현저한 수사권 남용이 있다고 판단하면 경찰에 사건기록 등본 송부와 시정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송치 후 보완수사도 요청할 수 있다. 정당한 이유 없이 경찰이 따르지 않으면 검사는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경찰은 수사종결권도 확보해 범죄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 수사를 자체 종결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는 모든 사건을 검찰에 넘겨 종결 여부를 결정했지만 ‘불기소 의견’ 사건은 경찰이 검찰에 송치할 필요가 없다. 경찰 수사에서 무혐의 결정된 피고소·고발인이 검찰에 다시 불려가 조사를 받는 이른바 ‘이중 조사’가 사라지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갖게 되면 범죄 여부를 제대로 가리지 않은 채 사건을 덮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법을 어기거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지 살피는 게 검찰의 역할이었다”며 “수사지휘권 폐지로 인해 그 역할을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2014∼2016년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으나 검찰이 기소를 한 사례가 전체의 0.21%라는 점을 들어 반박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사건처럼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으나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로 무혐의 종결한 사례도 있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정부는 경찰의 수사종결권에 대한 검찰의 견제 장치를 일부 마련했다. 경찰은 사건을 송치하지 않더라도 불송치결정문과 사건기록등본 등 관련 자료를 관할 지검 검사에게 넘겨야 한다. 만약 검사가 경찰의 수사종결이 부당하다고 판단하면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또 고소·고발인, 피해자가 수사종결에 불만을 품고 이의신청을 하면 경찰은 지체 없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해야 한다.
경찰이 가장 희망했던 영장청구권은 이번 조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강제수사 단계인 영장신청 때는 기존처럼 검사에게 관련 자료를 넘기고 판단을 받아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등 증거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 권한인 영장청구권을 검찰이 독점하는 한 1차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대신 조정안에는 개헌 논의 때까지 검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경찰이 관할 고검에 설치된 영장심의위원회(가칭)에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은 많은 영역에서 1차 수사권을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경찰이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검사와 직원의 비리사건은 물론 부패범죄, 경제금융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등 특수사건과 관련 인지사건(위증, 무고 등)은 모두 현행대로 검찰이 직접 수사한다. 동일사건을 검사와 경찰이 중복 수사할 때 우선권도 검사에게 있다.
전문가들은 경찰 견제 방안으로 거론된 자치경찰제 도입이 미뤄진 부분에 대해서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번 조정안에는 자치경찰제를 2019년 안에 서울과 세종, 제주 등에서 시범으로 하고, 문재인정부 임기 안에 전국에서 실시하도록 적극 협력하는 방안만 담겼다.
궁극적으로 경찰과 검찰 간 완벽한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를 이뤄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수사권 조정은 “수사 지휘권보다는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가 논의돼야 한다”며 “정치적 사건과 대기업 관련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권을 경찰에 주고, 검찰의 수사권은 배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검·경의 복잡한 수사권 조정 구조, 전문가들 “보완장치 필요”
입력 2018-06-21 18:24 수정 2018-06-21 2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