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시민들의 사랑을 잊지 않겠습니다.”
6·13 지방선거가 끝난 뒤 전국 곳곳에선 당선자와 낙선자의 인사 현수막이 내걸렸다. 일부는 톡톡 튀는 내용으로 눈길을 끌고 있지만 일부 현수막은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있다. 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길거리 곳곳에는 후보자와 지지단체 등의 현수막이 도배하고 있어 처리를 놓고 지자체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코빼기 잘 비치는 의원이 되겠습니다.”
전북 전주시의원으로 뽑힌 김동헌(30) 당선자는 지역구인 삼천동 일대에 이런 문구를 담은 현수막을 걸었다. 전주시의원 최연소 당선자인 그는 21일 “처음 선거에 나가보니 주민들께서 ‘당선만 되면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 그래서 선거기간 코빼기 잘 비치겠다고 약속했고, 앞으로 그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말했다.
충북도의원 선거에서 무투표 당선된 장선배 당선자는 선거 다음날인 지난 14일부터 청주시 용암동 일대에서 매일 오전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 장 당선자는 “무투표 당선이 확정되면서 선거운동이 중단돼 유권자들을 제대로 만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며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지역구를 돌며 길거리 인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지나친 내용으로 유권자들의 비난을 받는 사례도 적지 않다. 경기도의원 선거에 나섰던 자유한국당 최성권 후보의 현수막은 전국적인 논란이 됐다. “이재명 같은 자를 경기도지사로 당선시키신 여러분, 최성권 낙선 시켜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그가 고양시내에 내건 이 현수막 문구로 인해 당사자는 물론 소속 정당까지 뭇매를 맞고 있다.
서울시장에 나섰다가 3위에 그친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의 현수막도 뒷말을 낳고 있다. “시민 여러분 고맙습니다. 부족한 저에게 보내주신 사랑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안철수 드림.” 서울시내 곳곳에 내건 안 후보의 현수막은 흰색 바탕에 당명 없이 그저 글자만 적혀 있다. 선거 당시 녹색 중심에 당 표시와 기호를 뚜렷이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북 익산 소재 한 고교의 재전주 동문회는 ‘경축’이란 글자 사이에 OO시장을 비롯 도의원, 시의원 등 다른 시·군에서 당선한 동문들의 이름과 졸업기수를 나란히 적은 현수막을 내걸어 눈총을 사기도 했다.
각 자치단체는 주요 교차로 등에 걸려 있는 이들 현수막의 단속 여부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선거법은 후보자가 직접 게시하는 현수막에 한해 선거일 다음 날부터 13일간 해당 선거구 읍·면·동 별로 1장씩 설치하는 것만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단체나 동문회 등이 지정게시대 아닌 곳에 내거는 것은 옥외광고물법상 단속 대상이다.
전주=김용권 기자, 전국종합 ygkim@kmib.co.kr
튀어서 ‘눈길’-막말에 ‘눈살’… 당·낙선자 현수막 홍수
입력 2018-06-22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