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당 이대로는 가망 없다

입력 2018-06-22 04:03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 수습을 위한 두 번째 의원총회를 21일 가졌다. 보수가 궤멸됐다는 평가와 함께 당 해체 주장까지 나오는 마당에 의총에서는 한 초선의원의 메모 내용을 둘러싸고 계파 갈등과 이해관계로 의원들끼리 네 탓 공방이 주를 이뤘다. 이런 의총 분위기는 한국당이 이렇게까지 망한 이유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이대로라면 되살아날 가능성도 별로 없음을 느끼게 한다.

이번 의총에서도 역시 ‘뼈를 깎는 쇄신과 고통’ ‘혁신 비대위’ ‘성역 없는’ ‘뉴 보수’ 같은 표현들이 나왔다. 한국당은 지난해 출범 이후 두 차례 혁신위원회를 운영했다. 당명이 바뀌기 전에도 위기를 겪으면서 몇 차례 비대위 상황이 있었다.

2004년 ‘차떼기당’ 오명을 씻기 위해 천막당사를 보여줬고, 2012년에는 대선을 대비해 비대위를 만들었으며, 당 색깔을 바꾸기도 했고, 당명까지도 변경했다. 그러니 지금 터져 나오는 쇄신과 혁신, 반성과 성찰 목소리는 고장 난 녹음기를 틀어 놓은 듯하다. 국민들이 진정성을 느끼겠는가. 당이 배출한 두 대통령이 감옥에 가고, 탄핵까지 당하는 과정에서 뭔가 바꿔야 한다는 절박감을 초재선 의원들에게선 찾아볼 수 없었고, 책임을 지겠다는 중진 의원들은 없었다. 현재로선 기껏해야 두 중진이 차기 불출마를 선언했을 뿐이다.

의총 발언들을 보면 의원들이 아직도 상황 판단을 잘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계파 간, 초재선과 중진 의원 간 책임 추궁만 있다. 아직도 지금 체제에서 당권을 차지하려는 생각들이 더 큰 모양이다. 한국당은 지금 궤멸 상태다. 책임과 헌신, 노블리스 오블리주라는 보수의 가치를 구현한 적이 거의 없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한국당은 보수 진영을 정치적으로 대표한다고 말할 수 없다. 이번 선거 결과가 그런 점을 뚜렷이 보여 준다.

보수는 다른 새 집을 지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따라서 보수 재건이니 혁신이니 하는 표현은 한가하다. 지금의 인적 구성이나 토대로는 새로운 보수를 만들어 갈 수 없으니, 한국당 내부에서는 이를 전제로 치열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혁신비대위를 만들고, 중앙당을 해체하고, 냉전과 반공주의를 떠난다고 목소리만 높인다고 이뤄질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