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잔디가 펼쳐진 인천 남구 승학체육공원 축구장. 보라색 유니폼을 입은 키 큰 남성이 21일 열심히 공을 차고 있는 초등학생들을 보며 ‘최고’라고 엄지를 치켜들었다. 인천 유·청소년축구연맹 사무총장으로 유소년 축구팀 점보FC 감독을 맡고 있는 한장복(52) 인천 포도나무교회 목사다. 그는 “축구로도 복음을 전할 수 있다”면서 “함께 웃고 땀 흘리는 가운데 학생들이 하나님을 알아가길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감독은 경희대 체육학과, 한국체육대 사회체육대학원을 졸업하는 등 체육인으로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대학생 때 허리를 다쳤는데 교회 부흥회에 참석했다가 신학을 공부하라는 부흥사의 ‘명령’을 받았다.
금식기도를 드리며 목회자가 되기로 서원한 뒤 1996년 장로회신학대학원에 입학했다. 이후 16.53㎡(5평) 남짓한 단칸방에 포도나무교회를 개척할 때까지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한 목사가 처음부터 축구 전문 지도자가 되려 했던 건 아니다. 처음엔 목회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개척 교회를 성장시키기가 쉽지 않았다. 개척 직후 교회 인근 초등학교 축구 코치의 비리 사건이 터졌는데 학생들이 축구를 배우고 싶다며 한 목사를 졸랐다. 그렇게 축구교실을 시작해 2007년에는 대한축구협회(KFA)로부터 2급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했다.
축구교실은 2002년 유소년 축구클럽인 송월FC가 됐고 최근 점보FC로 이름을 바꿨다. 지난해 점보FC는 인천시교육감배 축구대회에서 3위를 할 정도로 돌풍을 일으켰다. 스페인 명문 축구구단 발렌시아 성인 2군 팀에서 뛰고 있는 이강인(17) 선수가 5∼7세 때 한 목사에게 축구를 배웠다.
그가 인천에서 가르친 아이들은 지금까지 400여명. 이 선수뿐 아니라 집안이 가난해 축구를 접어야 했던 아이들, 한 목사를 통해 하나님을 알게 된 아이들 모두가 그에겐 소중한 제자들이라고 했다.
노회에서 만난 몇몇 선배 목회자는 그를 목사 대신 축구선수로 여기며 “축구장 안 가고 뭐 하느냐”는 식으로 비꼬곤 한다. 그때마다 한 목사는 “신앙 없는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목회자도 필요하다”고 응수한다.
한 목사는 훈련 중 아이들에게 존칭을 쓰는 등 사소한 것에서부터 신경을 쓴다.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 기억해 준다면 성공이라고 했다.
한 목사는 축구 선교팀을 조직해 동남아와 남미 등에 파송하는 일을 꿈꾸고 있다. 그는 “예수님은 항상 선교현장에 서 있었다”며 “목회자들이 각자 재능을 발휘해 세상 속에서 공동체를 만드는 목회를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목사가 축구장에서 연습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걸 바라보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습니다. 저는 아이들로부터 사랑받는 행복한 목사입니다.”
인천=글·사진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예수님이 항상 현장에 계셨듯 축구장에서 청소년들과 소통”
입력 2018-06-22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