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마음대로 올린 은행들, 은행 이름 밝히지 않는 금감원

입력 2018-06-22 04:02

개인사업을 하는 A씨는 지난 1월 B은행에서 2100만원을 빌렸다. 이 과정에서 은행 영업점 직원은 전산으로 산정된 대출금리(연 9.68%) 대신 은행 내규의 최고금리(연 13%)를 임의로 부과했다. A씨는 지금까지 28만원의 이자를 추가로 부담했다.

시중은행들이 고객 정보를 조작하는 방법 등으로 부당하게 높은 이자를 받아온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또 고객의 금리인하요구권이나 우대금리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당국은 부당하게 받은 이자를 돌려주도록 했다.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 9곳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점검하고 21일 결과를 발표했다. 점검 대상은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SC제일·씨티·NH농협·기업·부산은행이다.

은행들이 부당하게 높은 이자를 받아내는 수법은 다양했다. C은행의 경우 대출을 받으려는 고객에게 소득이 있는데도 없는 것으로 전산 입력해 높은 금리를 매겼다. 연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을 실제보다 높게 산출되도록 해 가산금리를 더 적용한 것이다. 또 다른 은행은 고객이 담보를 제공했는데도 담보가 없는 것으로 입력해 이자를 더 받기도 했다.

신용등급이 오른 대출자가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했는데도 특별한 이유 없이 우대금리를 줄여 기존 대출금리를 그대로 유지한 사례도 드러났다. 신용등급 상승으로 가산금리를 낮춰야 하자 대신 우대금리를 줄인 것이다. 대출자가 직장에서 직위나 소득이 올랐거나 자산이 증가했을 때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금감원은 시중은행의 제멋대로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손볼 방침이다. 금감원은 고객이 은행에서 대출을 약정할 때 대출금리가 어떻게 산정됐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내역서를 제공하도록 했다. 기준금리, 은행에서 추가로 산정하는 가산금리, 부수거래 우대금리를 명시한 내역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요금 이체 감면’ 0.1% 포인트, ‘제휴카드 감면’ 0.1% 포인트 우대금리를 받았다는 내용을 명시하는 식이다. 기존에는 대출을 약정할 때 기준금리와 가산금리 정도만 알려줬다.

또 금감원은 부당하게 높은 이자를 부과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끼쳤을 경우 은행 자체조사를 거쳐 환급 등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소비자가 낮은 금리를 제공하는 은행을 선택할 수 있게 은행연합회의 대출금리 비교 공시를 강화하고, 주요 여신상품의 가산금리 변동 현황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