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조선인의 피해 진상을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될 희귀기록물이 대거 공개됐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재일동포인 고(故) 김광렬씨가 수집한 강제동원 관련 문서와 사진, 도면 등 2000여점을 수집해 공개한다고 21일 밝혔다.
2015년 사망한 김씨는 1943년 일본으로 건너가 후쿠오카 지역에서 교편생활을 했다. 이후 40여년 동안 지쿠호(築豊) 지역을 돌며 조선인 강제동원 관련 기록물을 수집했다. 김씨는 생전 일본에서 조선인 강제동원 자료를 수집한다는 이유로 극우단체로부터 수차례 협박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 중에는 강제동원된 조선인 명부가 포함됐다. 아소(麻生)산업 건강보험대장은 학계에 한 번도 공개되지 않은 자료로 성명과 생년월일, 보험기호, 보험 취득·상실일을 포함하고 있다. 일본 가이지마(貝島) 오노우라(大之浦) 탄광 근로자 명부 역시 징용된 조선인들의 성명과 생년월일 등이 적혀 있다. 이 기록물은 김씨가 1976년 탄광 노무계 직원을 수차례 방문해 수집한 원본이다.
김씨가 규슈(九州) 지역 500여곳의 사찰을 직접 발로 뛰며 조사한 ‘사찰 목록 및 사찰 과거장’ 100여권도 공개됐다. 과거장은 사찰에서 유골을 접수하면 사망자 이름과 유골 안치일 등을 적어놓는 명부다. 탄광에서 사망자가 발생하면 화장 후 인근 사찰에 유골을 안치했는데 김씨는 조선인으로 추정되는 유골의 경우 붉은색으로 표기해 남겨뒀다.
특히 조선인 노동자들의 동원 과정이 상세히 담긴 영수증도 처음 공개됐다. 부산과 시모노세키에서 조선인 노무자들이 숙박·식사를 한 영수증과 철도 영수증 등이다. 조선인들은 일본 내륙 탄광으로 강제동원되기 전 부산에서 숙박을 하며 배를 통해 시모노세키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돼 왔다. 관련 자료가 없고 피해자 증언만 있을 뿐이었다.
국가기록원은 올해 안으로 관련 기록물을 일부 일반에 공개하고 조선인 여부 검증 등을 거쳐 완전공개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소연 국가기록원장은 “이 기록물이 아픈 역사의 한 자락을 밝힐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
일제의 조선인 강제징용 문서 2000여점 공개
입력 2018-06-21 1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