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설명서] 낙태 합법화 주장의 함정

입력 2018-06-23 00:01

한국사회에서 낙태에 가장 강하게 반대하는 종교는 개신교와 가톨릭입니다.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생명을 허락하셨다는 분명한 신앙신조가 있기 때문입니다. 생명의 근원이 하나님께 있으니 세상 어느 누구도 태중 ‘사람’의 생명을 함부로 박탈할 권한이 없다는 겁니다.

인간의 생애를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가 아닙니다. 어머니의 배 속에서 정자와 난자가 만나 늙어 죽을 때까지 성장·발전·퇴화합니다. 태아는 수정 후 18일부터 심장이 뛰고 21일부터 모친과 다른 혈액형이 순환됩니다. 40일부터는 뇌파가 측정되죠.

심장이 뛰고 뇌파가 측정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요. 사람이라는 말입니다. 태아 입장에서 자궁 안에서 머무는 270일은 성장의 시간입니다. 그래서 ‘임신 12주 전까지 낙태를 허용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논리는 맞지 않습니다.

낙태 합법화를 주장하는 이들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앞세웁니다. 이런 생각은 자신의 삶에 불편 요소가 생기면 언제든 제거할 수 있다는 ‘낙태형 사고’에 기인합니다. 이들은 태아를 세포 덩어리, 잠재적 인간으로 격하하고 정신적·육체적 역량, 생존능력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분명한 생명체가 아니라고 깎아내립니다. 그런 논리라면 노인요양병원에서 치료받는 어르신, 상이군인, 식물인간도 생존능력이 없거나 부족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소수자의 인권을 주장하는 여성인권운동가, 동성애자, 페미니스트, 진보주의자 중 일부가 소수자 중의 소수자인 태아의 인권을 빼앗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국내 최대의 동성애자 단체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운동이 낙태를 선택할 권리를 지지해야 하는 이유’라는 글에서 “낙태를 선택할 권리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권리”라며 낙태를 두둔했습니다.

동성애자들은 “자본주의 가족제도는 여성 억압의 뿌리이자 핵심”이라면서 “LGBT들은 체제가 강요하는 남녀의 정형화된 구실과 전통적 가족상을 깨뜨리기 때문에 억압받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낙태권 공격은 가족제도를 강화하려는 노력과 맞닿아 있고 이 점에서 LGBT 권리와 만난다”며 낙태를 적극 지지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동성애자, 여성단체 활동가들의 인권이 그토록 소중하다면 태아, 탈동성애자, 북한주민의 인권도 소중한 것 아니겠습니까. 이른바 소수자이기 때문에 차별받는 게 그토록 싫다면 자기 목소리조차 낼 수 없는, 소수자 중의 소수자인 태아를 차별하는 것도 싫어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1967년 영국이 낙태를 합법화했을 때 연간 2만1400명의 태아가 살해당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낙태가 보편화됐고 40여년 만인 2016년 낙태자 수는 연간 20만8500명으로 폭증했습니다. 1967∼2016년 낙태로 죽어간 태아만 850만명입니다. 낙태 이슈가 합법화로 결론나자 영국에선 인간배아 실험, 차별금지법을 앞세운 동성애 옹호사상, 대리모 시술, 트랜스젠더의 출산, 안락사 등 반생명적 문화가 물밀듯 밀려들었습니다. ‘미끄러진 경사면’ 논리에 따라 반생명 문화의 범위가 확대된 것이죠.

한국은 어떨까요. 낙태죄가 존재함에도 매일 3000명 이상 낙태시술이 진행된다고 합니다. 헌법재판소에선 낙태죄 위헌심리가 진행 중이고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