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량+속도’ 없으면 멕시코에 코 꿰인다

입력 2018-06-22 04:04
황희찬(오른쪽)이 2016년 8월 8일 브라질 사우바도르의 폰치 노바 아레나에서 열린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남자축구 조별예선 독일과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손흥민과 함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 참가한 한국의 최대 장점은 손흥민 황희찬의 스피드로 꼽힌다. 뉴시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1일(한국시간) 비공개 훈련을 소화한 뒤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2차전이 열릴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로 이동했다. 1패를 떠안은 상황에서 남아 있는 상대는 물 오른 멕시코, 독 오른 독일이다. 스웨덴전 패배 이후 팬들의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고, 선수들의 분위기도 유쾌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상대가 강할수록 투지를 더 발휘하겠다는 정신무장만큼은 확실하다. 신 감독은 “공은 둥글다”고 했고, 대표팀의 막내 이승우는 “우리가 3승을 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남은 두 경기에서 필요한 것은 잃을 것 없다는 태도로 달려드는 ‘언더독’의 자세라는 조언이 나온다.

언더독이 우선 갖출 것은 활동량이다. 활동량이 왕성해야 그간 연습한 세트피스 기회도 온다는 얘기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은 “한국은 스웨덴전에서 103㎞를 뛰었는데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며 “이번 대회 돌풍을 일으킨 러시아의 활동량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러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개막전에서 118㎞, 이집트와의 2차전에서 115㎞를 뛰었다. 자신보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높은 팀들을 상대로 2연승을 일군 원동력은 활동량의 우세였다.

멕시코가 지난 월드컵 우승팀 독일을 잡아낸 이변도 결국은 활동량 덕분이었다. 독일과의 경기에서 멕시코의 볼 점유율은 40%에 그쳤고, 패스(281개)는 독일(595개)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하지만 뛴 거리(106㎞)는 독일(110㎞)과 대등했다. 볼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 선수들이 더욱 많이 움직였고, 그 결과 상대에게 카운터 펀치 한 방을 꽂을 수 있었던 셈이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2002 한·일월드컵 당시 우리가 가진 건 활동량뿐이었음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웨덴전이 지나치게 남을 의식한 경기였다면 남은 2경기에서는 우리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는 관전평도 있다. 김태륭 SPOTV 해설위원은 “멕시코든 독일이든 어차피 다양한 전략을 쓰는 팀”이라며 “상대에 얽매이지 않고 우리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손흥민과 황희찬 투톱의 속도”라고 말했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스웨덴전에서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해 팀을 도왔지만 결과적으로는 장점을 살리지 못했다. 골을 위해서는 이들의 위치를 상대 진영 쪽으로 높여줄 필요가 있다. 김태륭 해설위원은 “평가전에서 한국이 4-4-2 포메이션을 선보일 때에도 라인을 높이진 않았다”며 “역습을 위해서는 왼쪽 풀백 자리가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변화무쌍한 공격을 펼치는 멕시코와 독일을 상대로는 골키퍼의 역할도 중요하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허용하는 슈팅 숫자가 어쩔 수 없이 많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조현우의 선방쇼가 다시 한 번 필요한 이유다. 강한 상대들과의 맞대결을 앞둔 만큼 멘털 관리도 중요하다. 김태륭 해설위원은 “심리 상태가 좋아야 신체적 피로도 빨리 풀린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