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친박(친박근혜)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8선·사진)이 20일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지키지 못해 국민의 분노를 자초한 책임이 크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6·13 지방선거 패배 이후 일부 의원들의 21대 총선 불출마 선언에 이은 두 번째 2선 후퇴 선언이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뒷북 탈당’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서 의원은 ‘평생 몸담았던 당을 떠나며’란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마지막 소임이라 생각한다”며 탈당 의사를 밝혔다. 그는 “(2016년) 총선 패배 이후 2년여 동안 고민해 왔다. 이제 때가 됐다고 판단했고 눈물은 흘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한국당 상황과 관련해 “결국 친이(친이명박)·친박의 분쟁이 두 분의 대통령을 감옥에 보냈다고 역사는 기술할 것”이라며 “후배 정치인들이 정치를 바로 세워 달라”고 덧붙였다.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은 “당의 원로이자 대선배가 결심해줬다”며 “건강한 정당으로 다시 일어설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한 중진 의원은 “좀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혁신 비상대책위원회가 들어설 경우 어차피 자신에 대한 인적 쇄신 논란이 불거질 게 뻔하기 때문에 서 의원이 선수를 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서 의원은 21대 총선 불출마나 정계은퇴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지방선거 참패 이후 한국당에서는 홍준표 전 대표가 사퇴하고 김무성(6선) 윤상직(초선)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일부 의원의 2선 후퇴설도 계속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책임지고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공언한 인사는 없다. 당내에서조차 “진정한 의미의 자기희생이라기보다는 일시적인 ‘퇴로 찾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당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초·재선과 중진, 바른정당 복당파 등으로 사분오열돼 ‘남 탓’에 여념이 없는 분위기다. 한 초선 의원은 “초·재선들이 뭐라도 좀 해보려고 하는 것에 비해 중진 의원들은 너무 조용하다”고 말했다. 반면 한 중진 의원은 “홍 전 대표 시절 아무 소리도 못하던 초·재선들이 이제 와서 중진까지 물러나라고 하는 건 우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구원투수’ 역할을 할 혁신 비대위원장 영입도 순탄치 않아 보인다. 당 안팎에서는 정의화·박관용 전 국회의장과 박형준 동아대 교수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지만 당사자들은 모두 “그런 제안이 온 적 없고, 응할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당 고위 관계자는 “가급적 영남 출신이 아닌 40, 50대에서 비대위원장 후보를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당은 2007년부터 당사로 사용한 서울 여의도 당사를 정리하고 이르면 이달 중 여의도 밖 영등포로 당사를 이전하기로 했다. 당 관계자는 “경비 절감 차원”이라며 “이미 건물 계약까지 마쳤다”고 설명했다. 한국당은 20대 총선 패배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권교체 등을 거치면서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당사 이전을 검토해 왔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정계 은퇴는 없고, 퇴로 찾기 분주한 자유한국당
입력 2018-06-21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