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 숨통 틔었다 성공적 안착에 도움”… 기업들 ‘처벌 유예’ 환영

입력 2018-06-20 19:08
기업 인사·노무 담당자들이 20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대응방안 설명회’에 참석해 한국능률협회컨설팅 공인노무사의 강의를 듣고 있다. 뉴시스

기업들은 당정청이 다음 달 1일부터 주 52시간 근로시간 시행 이후 법 위반에 대한 계도·처벌 유예기간을 6개월로 연장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조금이나마 숨통을 돌릴 수 있게 됐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10대 그룹 관계자는 20일 “계열사별로 유연근무제 도입 등으로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하고 있지만 모든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건 아니다”며 “근무시간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이 애매한 경우 적용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선 계도기간이 길수록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4대 그룹 관계자도 “시범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해본 회사들의 경우 처음에는 엄격한 근무시간, 휴게시간 관리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으나 제도 시행 후 어느 정도 안착이 된 상태”라면서 “그럼에도 사업장별 상황이나 업무에 따른 특성상 발생할 수 있는 세세한 상황에까지 완전히 대비가 된 상태는 아니므로 계도기간이 길수록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다른 4대 그룹 계열사 관계자는 “애초 고용노동부가 예고했던 20일보다는 유예기간이 연장돼 보완할 점을 조금 더 살펴볼 수 있는 여지가 있으므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견기업들도 정부의 유권해석을 지켜보며 시행착오를 덜 수 있게 됐다며 유예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정부에서 명확한 근로시간 가이드라인을 정해주지 못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반드시 생길 것”이라며 “김영란법 시행 초기처럼 우선 상황을 지켜보고 대응하겠다”고 했다.

다만 철강·석유화학·조선·건설업계는 계도·처벌 6개월 유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들 업계는 대정비·보수작업(철강·석유화학)과 선박 시운전(조선업), 기상악화로 인한 공기 지연(건설업) 등의 경우 근로시간 총량을 한시적으로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19일 계도·처벌 6개월 유예와 함께 인정연장근로 허용범위 확대와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확대 등에 관한 법 개정을 서둘러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김규태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전무는 “급격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한 것은 다행이지만 예상되는 기업 경영 부담과 임금 감소에 따른 근로자 피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근원적인 제도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는 물론 업종별, 지역별 특성을 면밀히 살펴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들은 분주히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근로시간 단축과 기업의 대응방안 설명회’에는 기업 인사·노무 담당자 170여명이 참석했다. 애초 준비한 자리가 부족해 행사장에 의자를 추가로 들여놔야 했을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강연에 나선 한국능률협회컨설팅 관계자는 “기존의 ‘시정지시’ 중심에서 ‘사법처리 원칙’으로 감독 조치기준이 강화될 예정이며 근로시간 입증 책임이 기업에 있으므로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8세 미만 근로자는 최대 근로시간이 주 40시간으로 단축됐다는 점도 상기시켰다.

경총이 이날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개최한 ‘근로시간 단축·최저임금 개정법 주요쟁점 설명회’에도 기업 관계자 120여명이 모였다. 경총은 “법 시행에 앞서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서에 연장근로로 인정될 만한 내용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권기석 김현길 오주환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