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사진) 전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정계은퇴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멘토’였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등 당 안팎 인사들과 일부 측근들도 당분간 정치권을 떠날 것을 요구했다. 귀국을 앞둔 안 전 후보의 거취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높아진 상황이다.
안 전 후보 측 관계자는 20일 “당분간 정치권에 돌아가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사실상 정계은퇴를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안 전 후보의 ‘새정치 실험’은 일단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숙의 시간을 길게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 바른미래당 의원도 “선택지는 정계은퇴 외에 없다”며 “향후 정치적 활동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떠나 있을 때”라고 지적했다.
안 전 후보에 대한 정계은퇴 요구는 지방선거 참패 직후부터 제기됐다. 윤 전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안 전 후보는 이제 새정치의 걸림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며 “이제는 정치를 접고 본업으로 돌아가는 게 훨씬 사회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지난 19일 당 워크숍에서도 정계은퇴 주장이 나왔다. 워크숍 발제자인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안 전 후보는 지금이라도 일단 떠나고, 나중에 돌아오더라도 충분히 준비됐을 때 복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주 귀국을 앞둔 안 전 후보의 심경은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귀국 직후 향후 거취에 대한 언급이 어떤 식으로든 있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 안 전 후보는 지난 14일 서울시장 캠프 해단식에서 “당분간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 말한 것 외에 거취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당 관계자는 “어떤 방식으로든 거취에 대한 의견 표명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은 비대위원·국회의원 워크숍 결과를 발표하며 수습에 나섰다. 신용현 수석대변인은 “당의 가치와 지향점을 분명하게 제시하지 못한 채 국민의 외면을 자초했다”며 “뼈저리게 반성한다”고 말했다. 정체성 문제에 대해서는 “바른미래당은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공존하는 정당”이라며 “탈이념 민생정당과 미래지향적인 개혁을 추구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내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이 내놓은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의 공존’이라는 결론을 ‘개혁보수’ 성향을 고수하는 유승민 전 대표 측이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 과정에서 국민의당 측은 당 강령에 ‘진보’라는 표현을 넣자고 주장했고 바른정당 측은 반대했다. 결국 ‘진보’ ‘보수’라는 용어를 모두 빼는 식으로 타협을 봤다. 당 관계자는 “워크숍에서 결국 진보라는 용어를 다시 넣기로 결론낸 것은 사실상 유 전 대표에게 당을 떠나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은 “당 전체가 개혁보수일 수는 없다”며 “당내에 다양한 성향의 인사들이 존재한다. 그런 부분을 유 전 대표에게 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정계 은퇴하라” 공격받는 안철수, 고민 많을 귀국길
입력 2018-06-21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