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가 특정 기업을 봐주려 한 정황 등을 잡고 전격 강제 수사에 나섰다. 공정위 퇴직자들이 보은성 취업 특혜를 받은 단서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구상엽)는 20일 정부세종청사 내 공정위 기업집단국, 심판관리실, 인사과·운영지원과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올 초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공정위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정황을 처음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가 부영의 주식 소유 현황과 채무 등을 허위로 신고하는 등 문제를 파악하고도 검찰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주식 소유 현황 허위신고 등은 오너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 사익 편취와 직결되기 때문에 기업은 숨기는 경우가 있다”면서 “그런데 공정위는 (부영에) 경고조치만 하고 사건을 뭉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특히 기업 허위신고가 즉각 검찰에 고발해야 하는 의무고발 사안인데도 공정위가 임의로 종결한 것은 명백한 봐주기라고 보고 비위 가능성 등을 집중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부영 사건 외에 공정위가 공정위 전속고발권 대상이 아닌데도 검찰에 제대로 고발하지 않은 사례들을 다수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공정위 고위 간부들이 과거 조사했던 기업에 퇴직 후 부정 취업한 의혹도 수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취업 제한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이는 사례가 있어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공직자가 퇴직 전 5년간 소속됐던 기관·부서 업무와 관련 있는 곳에는 퇴직 후 3년간 재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공정위 핵심인 기업집단국 등을 망라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삼성이 최순실 뇌물 혐의와 관련해 박영수 특검의 압수수색을 받은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 내부 비리와 관련한 압수수색은 20년 전 공정위 국장의 뇌물비리 사건 이후 처음인 듯싶다”고 말했다.
공정위 일각에서는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을 앞두고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때문에 빚어진 검찰과의 해묵은 갈등이 일부 작용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또 다른 공정위 관계자는 “담합 등 전속고발권 전면 폐지를 주장하는 검찰과 최근 의견 충돌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조민영 기자, 세종=이성규 기자 mymin@kmib.co.kr
檢, ‘퇴직 후 취업특혜’ 공정위 압수수색
입력 2018-06-20 2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