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위드유… 교회도 동참합니다

입력 2018-06-21 00:01
이진혜 기독교위드유센터 대표(왼쪽) 등 관계자들이 1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센터 설립예배를 드린 뒤 한자리에 모였다.
20년 전 A집사는 B목사가 담임하는 교회에 등록했고 처음으로 예수님을 만났다. 10여 년 전인 어느 날 저녁 교회에서 기도를 하는데 B목사가 다가와 손에 쪽지를 쥐어줬다. C예식장 앞으로 나오라는 글이었다. 나가보니 B목사의 차가 세워져 있었고 그 안에서 끔찍한 일을 당했다. B목사의 범죄가 수년간 이어지면서 A집사는 낙태와 법적 소송 등을 겪는 등 가정과 신앙생활 모두 풍비박산이 났다.

성폭력은 하나님의 형상을 파괴하고 하나님의 창조 목적(창 1:27)을 거스르는 범죄다. 특히 목회적 돌봄을 제공해야 할 교회 지도자가 성도에게 저지르는 성폭력은 영혼에 대한 배신이요 하나님에 대한 모독이다.(고전 6:19) 일방적 신뢰가 존재하는 종교 공동체에서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은 애써 용기를 내 폭로한 후에도 종종 제3자에 의해 2차, 3차 피해를 입는다.

‘강도 만난 자의 이웃이 되자’는 취지로 교회 성폭력 피해자 보호 및 치유에 목적을 둔 기독교위드유(with you)센터(대표 이진혜 집사, 센터장 김성환 목사)가 설립됐다.

이진혜 대표는 1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설립예배에서 “센터는 연대와 동역의 이름으로 선한 일을 이뤄나갈 것”이라며 “사업의 일환으로 먼저 교회 성폭력 대응 매뉴얼(표 참고)을 발간하는 등 교회 성폭력을 예방하고 피해자가 실질적 도움을 받도록 하겠다”고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센터는 특히 대한여한의사회와 한국교회법학회, 한국정신분석가협회, 한국여신학자협의회 기독교여성상담소와 ‘피해자 지원 네트워크’를 구성해 피해자의 전인격적 회복을 위한 활동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미투 운동은 가해자 고발이 아니라 살고자 하는 피해자의 몸부림”이라며 “다른 기관들과 함께 가해자를 선도 및 치유하고 성 인지 향상교육을 통해 교회 내 성범죄를 예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수지 기독교여성상담소장은 “교회 성폭력은 피해자와 가족, 교회 구성원 모두에게 심각한 상처를 입힘으로써 관계망 자체를 오염시키는 범죄”라고 지적하면서 “교계 위드유 운동은 폭력문화를 반전시켜 생명문화를 이루는 작은 소용돌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