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20일 오전 열린 고위 당정청(黨政靑) 회의에서 경제 정책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지방선거 이후 처음 열린 회의에서 이들 3자는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경제 정책을 중점적으로 언급했다. 지방선거 압승 분위기에 도취되지 말고 실제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어느 때보다 어깨가 무겁다. 과분한 지지에 화답하기 위해 경제와 민생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는 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이어 정부의 최근 실책을 지적하며 “최저임금 인상 문제가 소득주도성장의 모든 것인 것처럼 일부 언론과 국민들이 이해하도록 방치한 것은 정부 측에서 반성해야 한다”고 질책했다. 최저임금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경제지표가 더 악화됐다는 여론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정부가 사전에 충분히 설명하지 못해 비판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일부인데,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만 갖고 소득주도성장 자체를 비판하는 의견에 대한 반박이기도 하다.
홍 원내대표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국민들의 동의나 지지를 위해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해야 한다는 반성도 하게 된다”고 했다. 또 “당이 이전보다 더 노력을 하겠다. 경제와 민생 문제에 있어서 당에서도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도록 하겠다”며 당의 주도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당이 정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장의 불만을 정부에 전달하고, 소득주도성장 정책 간 속도를 조율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회의에 참석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책임을 인정했다. 장 실장은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려고 노력했지만 아직 이르지 못한 부분도 적지 않다”며 “특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노인, 저소득층 일용직·단시간 노동자들이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정부 2년차에는 그분들의 눈높이에서 일하는 데 초점을 두겠다. 국민이 체감하는 삶의 변화를 만들고 구체적인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장 실장은 최근 거론된 사의 표명설도 일축했다. 그는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일을 해야 한다”며 “(사의 표명은) 가짜뉴스의 전형이다. 상당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의 갈등설에 대해서도 “갈등하면 이렇게 일하겠나”라며 부인했다.
고위 당정청은 이날 회의를 통해 다음 달 초 저소득 맞춤형 일자리 및 소득지원 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다. 박범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회의를 마친 뒤 “소득 분배 개선과 관련해 1분위(소득 하위 20%) 소득 개선에 초점을 두고 일자리를 확충하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혁신성장을 장려하기 위해 규제혁신도 조속히 추진키로 했다. 박 대변인은 “규제 샌드박스 등 규제혁신 5법을 조기 입법화하고, 혁신성장 선도사업에 대해서는 예산·세제·제도 개선을 패키지 형태로 총력 지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추미애 대표도 “이번 지방선거 민심은 ‘제대로 일하라. 평화와 민생을 지켜내 달라’는 주문이었다”며 “스스로의 경계심을 절대 늦추지 않겠다. 국민의 결정과 선택이 현명하다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판 김성훈 기자 pan@kmib.co.kr
경제지표 악화, 목소리 높인 민주당, 몸 낮춘 장하성 실장
입력 2018-06-20 19:07 수정 2018-06-20 2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