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인천 연수구의 장애영유아시설 동심원. ‘오감놀이방’이란 팻말이 붙여진 공간에서 물리치료가 진행되고 있었다. 매트에 누인 소년의 무릎을 굽혔다 펴고 종아리와 발목을 주무르는 동안 치료사의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온 힘을 다해 신체 곳곳을 꺾고 주무르는 치료가 아프게 느껴질 법도 한데 소년은 그저 생글생글 웃었다.
“처음 만났을 때 준희는 ‘까치발 소년’이었어요. 종아리 근육의 수축이 심해서 왼쪽 발뒤꿈치가 땅에 닿지 않아 발가락으로 몸을 지탱했죠. 새끼발가락은 뼈가 으스러지기 직전이었습니다. 치료 초기엔 아파서 비명을 지르기도 했는데 지금은 많이 나아졌어요.”(조진규 물리치료사)
김준희(가명·8·지적장애 1급)군이 보육원에 맡겨진 건 이곳이 두 번째다. 김군의 기록카드엔 출생 후 뇌수막염으로 온몸에 경직이 왔고 인지능력이 떨어졌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아이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육원에 맡겨졌다. 지적 장애인인 아이 어머니가 온전히 양육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비장애인만 수용하던 보육원은 몇 달 만에 증상이 악화된 아이를 동심원으로 보냈다. 그렇게 동심원은 김군의 집이 돼 줬고 이곳에 모인 아이들과 선생님은 가족이 됐다.
2년 전부터 김군의 치료를 맡아온 조진규(50)씨는 “초기엔 보호자와 연락이 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두절됐고 그 후론 가족이 찾아오지 않는다고 들었다”며 “이곳에 있는 아이들에겐 남자 선생님이 아빠고 여자 선생님은 엄마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편마비 증상이 심해지면서 걷기는커녕 일어서기도 힘들었던 김군은 조씨를 만나면서 조금씩 상태가 호전됐다. 틈날 때마다 함께 구슬땀을 흘리며 치료를 거듭한 끝에 지금은 ‘까치발 딱지’를 뗐다. 기립보조기로 치료할 때 발목이 굽혀지지 않아 늘 70∼80도 각도로 기대어 있었던 김군은 이날 90도로 세워진 기립보조기에서 꼿꼿하게 정면을 바라봤다. 조씨가 “우와∼ 우리 준희가 해냈네. 잘했다”고 말하자 김군은 “아빠”라고 외치며 눈웃음을 보냈다. 하지만 호전되는 김군의 모습을 보면서도 조씨는 가슴이 아려온다.
“기관 지원체계의 특성상 보통 13세 이전에 성인 장애시설이나 청소년 그룹홈으로 옮겨지게 돼요. 그곳에선 지금보다 집중치료를 받기가 힘들죠. 준희에겐 지금이 ‘골든타임’인 셈이라 계발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훈련시키고 싶은데 여건이 녹록지 않습니다.”
김군은 정부가 지급하는 바우처로 음악·미술 치료를 받고 있다. 외부기관 지원을 받아 인하대병원에서 인지언어치료를 받아왔지만 최근 지원이 끊겼다. 조씨는 “준희가 지난해 집중치료를 통해 신체활동 능력이 호전될 때 인지언어치료를 병행하면서 자기 의사표현 능력도 훨씬 좋아졌는데 지원이 끊겨 아쉽다”며 김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 김군이 ‘아빠 선생님’을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자 조씨가 눈을 맞추며 따라 불렀다.
“움직임이 조금 불편할 뿐 여기 있는 아이들도 하나님이 1대1로 예비해놓으신 인격입니다. 오히려 비장애인인 저보다 더 순수한 축복의 통로라는 걸 매일 느끼죠. 치료 전에 항상 기도합니다. 이 치료가 하나님께서 준희에게 예비하신 길을 걸어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요.”
인천=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기적을 품은 아이들’ 5회차 성금 보내주신 분(2018년 5월 22일∼2018년 6월 19일/ 단위: 원)
△정민호 김동암 김전곤 고혜은 이임자 김희숙 조동환 김병윤(하람산업) 10만원 △박순희 서진형 임창태 임동규 조점순 연용제 5만원 △김성근 채승엽 한승우 이관우 김덕수 전종환 3만원 △김은찬 2만원 △홍재현 1만6000원 △정성민 김애선 최은정 권은미 1만원 △예수사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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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품은 아이들 <6>] 가족에게 버림 받고 장애와 힘든 싸움
입력 2018-06-21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