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예멘 난민 정착 지원’ 찬반 논쟁 가열

입력 2018-06-21 04:05
안동우 제주도 정무부지사(가운데)와 김도균 제주출입국·외국인청장(오른쪽), 장한주 제주지방경찰청 외사과장이 19일 제주도청에서 예멘 난민처리 대책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평화의 섬’ 제주도가 논쟁으로 뜨겁다. 장기간 내전을 겪고 있는 중동 국가 예멘의 난민들이 제주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정착을 놓고 찬반 논란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 예멘 난민 신청을 불허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에서부터 비롯된 논란은 국민청원 참여자가 20만명을 돌파하면서 전국적인 이슈로 부각됐고, 제주도가 이 문제에 대해 인도주의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확산되고 있다.

안동우 제주도 정무부지사는 19일 제주도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주특별자치도·법무부(제주출입국·외국인청)·제주지방경찰청 등은 제주에 체류 중인 예멘 난민 신청자에 대해 공동으로 인도주의적 차원의 대응과 함께 도민 안전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난민들이 유독 제주로 몰리는 이유는 비자 없이 30일 동안 입국해 머물 수 있는 무사증 입국이 가능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슬람교도가 대부분인 난민이 이슬람국가인 말레이시아를 경유하는 경우가 많은데 말레이시아와 제주 간 저가항공을 통한 직항로가 있다는 점도 한 가지 이유다.

도는 관광 목적의 무사증제도가 악용될 소지를 방지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난민협약 및 난민법에 따라 공정하고 정확하게 난민심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난민신청자에 대해서는 심사기간과 소송기간 체류를 보장하고, 심사기준에 부합할 경우 생계비 일부도 지원할 예정이다.

또 거주지가 제한된 난민신청자도 질병이나 임신·영유아 동반 등 인도적 사유가 있는 경우 거주지 제한 해제를 검토하기로 했다. 취업 지원을 위해 통역서비스를 확대하고, 취업 이후에도 주기적인 사업장 방문 등 사후 관리도 진행한다. 원칙적으로는 난민 신청 뒤 6개월이 지나야 취업이 가능하지만 도는 최근 예멘 난민 신청자에 대해 인도적 차원에서 그 전이라도 취업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에 따라 현재 제주에 체류하고 있는 예멘인 중 402명이 취업했거나 취업 절차를 밟고 있다. 앞서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지난 14일과 18일 제주 체류 예멘인을 대상으로 취업 설명회도 열었다. 일자리 대부분은 양식장이나 어선, 요식업 분야 등이다.

하지만 난민들이 제주시내 공원과 해변 등에서 텐트를 치고 노숙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주민들의 민원도 빗발치고 있다. 문화적 차이에 따른 거부감, 불법 체류자가 많아져 범죄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 등으로 인해 난민 반대 집회 역시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주부 김지연(45)씨는 20일 “난민 신청을 받아 그들의 생계를 지원해주는 것이 과연 도민의 안전보다 중요한 일인지 반문하고 싶다”며 “아이가 학원에서 돌아오면 항상 놀던 놀이터에도 요즘은 불안해서 아예 못 나가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난민 지원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서도 고심하고 있다”며 “난민문제를 전담할 전문 행정부서를 설치·운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