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근로시간 단축 부작용 줄일 제도 보완에 집중해야

입력 2018-06-21 04:04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20일 고위 당·정·청 회의를 열어 다음 달 1일 300인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행되는 근로시간 단축을 위반하는 업체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연말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기업들이 많아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한국경영자총협회의 건의를 받아들인 것이다. 예정대로 시행은 하되 6개월간을 계도기간으로 운영함으로써 현장의 부담을 덜어주고 대비할 시간을 주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결정이다.

연장 근로를 포함한 주당 최장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고 이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 특례 업종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개정 근로기준법이 국회를 통과한 게 지난 2월 28일이었다. 기업 경영과 근로환경에 심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내용인데도 고용노동부는 손을 놓고 있다가 지난 11일에야 관련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그마저도 내용이 모호해 현장에서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곧이곧대로 법을 시행한다면 범법 기업들이 속출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고용부는 줄곧 준비가 잘 돼 가고 있어 법 시행에 문제가 없다고 호도해 왔으니 주무부처로서 무책임하고 무능력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우리나라는 근로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2위일 정도 ‘과로사회’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 삶의 여유를 갖고, 일자리도 나누자는 취지에는 십분 공감한다. 그러나 근로시간 단축은 부정적인 측면도 만만치 않다. 기업에는 당장 추가 고용의 부담을 안겨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근로자에게는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임금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긍정적인 취지는 살리되 부작용은 최소화하면서 연착륙을 유도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유예기간 동안 제도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기업들을 독려하고 지원하는 한편 부작용을 줄일 제도 개선에도 집중해야 할 것이다. 탁상행정에서 벗어나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활짝 열어야 한다.

일이 몰릴 때 더 많이 일하고 한가할 때 초과 근로한 시간만큼을 쉬는 탄력근로시간제 적용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계절별로 근로시간 편차가 큰 빙과업체나 프로젝트 단위로 사업이 진행되는 게임·IT업체 등 업종별 특수성도 고려해야 한다. 업무 시작과 종료를 근로자 자율에 맡기는 선택적근로시간제, 초과 근로시간을 적립해 휴가로 사용하는 근로시간저축제도 등이 대안으로 검토할 수 있다. 해외 건설 근로자 등 주 52시간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업종들에 대한 해법도 마련해야 한다. 보완책이 마련돼야 내년도 본격적인 제도 시행은 물론 향후 300인미만 사업장으로의 확대시행도 가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