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와 관련해 현황 파악을 지시했다. 정부는 예멘 난민의 추가 입국을 막고, 입국자 500여명에 대한 취업·의료 지원책을 내놨지만 난민법 개정 등 근본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세계 난민의 날’인 20일 “문 대통령이 전날 예멘 난민 문제에 대한 현황 파악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지난주까지 제주에 들어온 예멘인은 총 561명이다. 이 가운데 549명이 난민 신청을 했다. 지난해 예멘 난민 신청자는 42명이었다.
정부는 이들이 예멘 내전을 피해 제주까지 온 것으로 보고 있다. 예멘에선 2015년 이슬람 종파인 수니파와 시아파 세력 간 내전이 벌어지면서 약 19만명이 해외로 탈출했다. 이들 대부분이 말레이시아로 향했다가 체류 기간인 90일이 지나자 쿠알라룸푸르∼제주 직항 노선을 타고 제주로 온 것으로 추정된다.
예멘 입국자가 늘어나자 법무부와 제주도는 지난 1일부터 비자 없이도 입국할 수 있는 ‘무사증 입국 허가국’에서 예멘을 제외했다. 이에 따라 기존 입국자 500여명 외에 더 이상 예멘 난민이 제주로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예멘 입국자 500여명에 대해 취업지원, 인도적 지원, 범죄예방 세 가지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김 대변인은 “난민 신청일부터 6개월이 지난 뒤에야 취업이 가능하지만 인도적 필요성에 따라 그 전이라도 농사, 축산과 관련한 취업허가를 내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이들에게 빵과 밀가루 등 식자재를 제공하고, 무료 진료 등 의료지원도 병행키로 했다. 제주도 내 순찰을 강화하는 등 범죄 예방에도 나설 방침이다. 김 대변인은 “제주도민을 중심으로 우려가 있기 때문에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처를 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난민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지만 난민 관련법 처리 상황은 지지부진하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6년 8월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취업활동만 가능한 인도적 체류자에게 난민 인정자에 준하는 사회보장 및 기초생활보장 관련 사항을 난민법에 규정토록 하고 있다.
인도적 체류자는 형식적으로 난민 인정자의 요건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인도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판정돼 체류 자격을 부여받은 사람을 뜻한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인도적 체류자도 사회보장법 등에 따라 우리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게 된다.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은 같은 해 6월 난민법 시행(2013년 7월) 이전 난민 신청자에게도 난민법에 보장된 권리 등을 소급 적용하는 개정안을 발의했고, 박명재 한국당 의원은 법무부 장관의 난민 지원 기본계획 수립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하지만 이들 법안은 모두 소관 상임위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난민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난관이다. 난민 신청허가 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0일 현재 29만여명이 참여해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앞두고 있다.
박세환 최승욱 기자 foryou@kmib.co.kr
文 대통령 “예멘 난민 현황 파악하라”… 근본적 해법 필요
입력 2018-06-21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