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인권이사회마저 탈퇴한 美

입력 2018-06-20 18:48

미국이 19일(현지시간) 유엔인권이사회(UNHRC)를 탈퇴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국의 유엔 기구 탈퇴는 지난해 10월 유네스코(UNESCO) 탈퇴에 이어 두 번째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유엔인권이사회 탈퇴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도 배석했다.

헤일리 대사는 유엔인권이사회의 반(反)이스라엘 성향을 탈퇴 이유로 거론했다. 미국은 유네스코를 탈퇴할 때도 같은 이유를 들었다.

헤일리 대사는 “유엔인권이사회가 이스라엘에 대한 고질적인 편견을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의 탈퇴는 인권 헌신에 대한 후퇴가 아니다”며 “오히려 반대로, 이 위선적이고 자기 잇속만 챙기는 기구에 남을 수 없어 탈퇴한다”고 강조했다. 2006년 이후 유엔인권이사회는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결의안을 70회 이상 통과시켰다. 이란 비판 결의안보다 무려 10배나 많은 수치다. 미국의 친(親)이스라엘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주류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유대계를 의식한 행보다.

미국은 또 유엔인권이사회가 인권 침해 국가들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인다고 비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 쿠바 베네수엘라 등 혐오스러운 인권 기록을 가진 독재 정부들이 회원국에 포함돼 있다”고 비판했다. 헤일리 대사는 “유엔인권이사회가 인권 유린 국가들의 보호자 역할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다만 헤일리 대사는 유엔인권이사회가 미국이 요구한 개혁을 이행할 경우 재가입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이번 탈퇴는 유엔인권이사회의 반이스라엘 성향에 대한 반발과 트럼프 대통령이 내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맞물린 결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엔기구 탈퇴 외에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세계기후변화협정(파리협정), 이란핵 합의를 파기하거나 탈퇴했다.

유엔과 유럽연합(EU), 인권 관련 단체들은 미국의 유엔인권이사회 탈퇴에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이 용기 있는 결정을 내렸다”며 환영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