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의 만남-‘한국 기독교사1’ 김명구 연세대 교수] “역사의 주관자요 진행자는 분명 하나님”

입력 2018-06-21 00:01
‘한국 기독교사1’의 저자 김명구 연세대 이승만연구원 교수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부암동 이승만연구원에서 ‘한국교회핍박’ 책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한국 기독교사1’(예영 커뮤니케이션)은 한국의 기독교 역사를 ‘복음주의자의 시각’에서 집필한 책이다. 역사책인 동시에 감리교 목사이자 복음주의자를 자처하는 저자의, 역사를 주관하는 하나님에 대한 신앙 고백이 담겨 있다. 한국교회사를 전공한 저자 김명구 연세대 이승만연구원 교수를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부암동 이승만연구원에서 만났다.

-이런 콘셉트로 한국 기독교 역사를 쓴 배경이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지난해 탄핵정국 당시 진보적 기독교인은 촛불시위에, 보수적 기독교인은 태극기 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보며 복음이 양쪽으로 나뉜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한국의 복음주의자들은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 것처럼 살아왔지만 실제로 보면 늘 비정치적인 결말로 끝나지만은 않았다. 역사를 연구하면서 개인 구령과 국가 구원을 등식으로 이해한 이들이 소수이지만 존재했고 적잖은 영향을 미쳤음을 깨달았다.”

-1899년 고종 폐위 음모에 가담한 혐의로 한성감옥에 구금돼 있던 이승만이 회심한 뒤 기독교를 근대 이데올로기로만 이해하지 않았다고 기술하고 있다.

“한성감옥에서 하나님을 만난 뒤 이승만은 나를 살려줄 뿐 아니라 한국도 구원해달라고 기도했다. 이승만은 기독교 복음을 근대 이데올로기, 한국의 독립을 위한 이데올로기로 받아들이고 개인구원에 대한 마음은 없는 줄 알았는데 자료를 보니 기독교 복음이 개개인을 구원할 뿐만 아니라 한국도 구원할 수 있다는 신념 아래 행동했다. 그의 외교독립론과 건국 사상에는 이런 사상이 깔려 있었다.”

김 교수는 연구원 진열장에 놓여있는 ‘한국교회핍박’이란 책자에서 단초를 찾았다고 했다.

“이승만이 1913년 4월 미국 하와이에서 출판한 것이다. 일본 총독부의 한국 개신교 지도자 탄압을 고발하는 동시에 ‘105인 사건’에 대한 세계의 반응을 담고 있다. 당시 미국 선교사들은 일본이 제대로 재판할 수 있도록 감시하는 데 앞장섰다. 1919년 3·1운동 후 한국교회와 기독교 민족주의계는 양분되는 양상을 보였다. 개인 구령을 중시하는 교회들이 있었고 기독교 이데올로기를 통해 민족적·사회적 역할을 강조한 이들로 나뉘었다. 하지만 동시에 양자를 포괄하는 교집합적인 그룹이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출간된 기독교 역사 서적과 다른 점이 있는 듯하다.

“역사의 주관자요 진행자를 하나님으로 생각한다. 1907년 평양대부흥을 이뤘던 한국의 기독교는 ‘105인 사건’을 계기로 미국교회를 움직였고, 윌슨의 민족자결주의에 영향을 미치면서 카이로회담을 통해 한국의 독립에도 영향을 줬다. 비정치적 사건이 역사적 진행에 따라 한국의 독립이라는 정치적 사건과 연결됐던 것이다. 최근 출간된 기독교 역사 서적들은 복음을 교회 내부에 머무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지난달 열린 윤보선민주주의연구원 주최 학술회의에서 ‘경제민주주의’ 개념이 기독교에서 비롯됐다고 발표했다.

“경제민주화라는 개념은 장덕수가 민주주의를 정치분야뿐 아니라 경제분야까지 확대한 이래 YMCA계와 기호계 민족주의 전체로 확대됐다. 경제민주주의의 이론적 토대는 미국 신학계를 풍미했던 사회복음주의에서 나왔다. 조병옥 등이 주장했던 경제민주주의 사상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복음은 당시 교회 내부에서만 작용한 게 아니었다. 한국을 이끌어가려는 고민에도 응답했다.”

-영미권만큼이나 한국에서도 복음주의라는 용어의 스펙트럼은 넓다. 복음주의자라고 자처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선교사들이 가져온 복음주의의 지평은 좁지 않았다. 한국의 시대적 상황, 지역마다 복음주의에 대한 해석이 확장됐다. 복음주의에 대한 해석도 많이 다른데 나는 감리교 목사다. 아무래도 일부 장로교 학자들이 보는 복음주의보다는 지평이 조금 더 넓을 듯하다.”

-향후 2권 등 집필 계획은.

“교회사가의 최후 소원은 통사를 쓰는 것이다. 2007년 역사까지 담아 내년에 2권을 내는 게 목표다. 기독교의 역사를 전국 교회에 제대로 알리고 싶었다. 한국 역사에서 하나님이 행하신 일을 살펴봄으로써 한국사회의 진로와 방향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