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은 오직 기독교에만 있다고 믿는 이들에게 새 책 ‘기독교는 타종교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IVP)는 제목부터 눈에 거슬릴지 모른다. 저자는 오랫동안 미국 로어노크 대학교에서 종교철학을 가르치며 조너선 에드워즈를 연구해 온 복음주의 신학자 제럴드 맥더모트. 그는 ‘우리가 왜 다른 종교에 대해 배워야 하느냐’는 볼멘소리를 의식한 듯, 한국어판 서문에 이렇게 적었다.
“우리는 이웃을 사랑하라는 명을 받았는데 그 ‘이웃’의 대부분은 다른 신앙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이웃의 신앙을 이해할 때 우리는 그들을 지성을 다해 더욱 사랑할 수 있습니다.”
원제는 ‘복음주의자들이 세계 종교로부터 배울 수 있을까(Can Evangelicals Learn from World Religions)’로, 저자는 복음주의에 대한 정의로부터 논의를 시작한다. 이어 전반부에서 구원이 아니라 ‘진리와 계시’의 문제로 다른 종교 전통을 살펴보며 원제의 물음에 ‘그렇다’는 답을 내놓고 있다. 기독교 역사 속 대가들이 당대 철학과 타 종교 전통을 통해 오히려 복음을 풍성하게 이해했던 데서 근거를 제시한다. 신플라톤주의로부터 배웠던 아우구스티누스, 아리스토텔레스에 심취했던 토마스 아퀴나스, 르네상스 인문주의의 영향을 받은 장 칼뱅을 살펴본다.
후반부에선 불교 도교 유교 이슬람교 속에 숨어있는 하나님의 계시와 증표들을 열거한다. “노자와 장자는 하나님이 종종 위장해서 일하신다는 것을 상기시킨다”며 도덕경과 무위(無爲)사상에서 복음을 읽어내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그는 “무위란 행동의 부재가 아니라 행동 자체에 애착을 보이지 않으면서 행동하는 것으로 이는 곧 덕과 가치를 쌓는 일에 헌신하는 것이 아니라 도(그리스도인들에게는 그리스도)와의 연합에 헌신하는 삶”이라며 “장자는 바울의 성령 안에서의 삶과 묘할 정도로 유사한 무사무욕의 길에 대해 묘사한다”고 분석했다.
또 유교 전통에서 ‘진리를 따른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진지하게 찾아내고 이슬람 전통으로부터는 5가지 교훈을 끄집어낸다. 하나님에 대한 복종, 창조세계를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는 무대로 받아들이는 것, 규칙적이고 신 중심적인 기도, 가난한 자들에 대한 자선, 공공 광장에서 신앙이 차지하는 중요성이다.
종교다원주의로 빠지지 않고 끝까지 복음주의자로서 진지한 탐구의 여정을 이어간 저자는 결론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종교들에 대해 배우고 하나님이 그분의 진리들을 다른 종교를 믿는 이들에게 어떻게 계시하셨는지 볼 때, 하나님이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이 상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방법과 땅과 사람들 가운데서 일하고 계심이 드러난다.”(292쪽)
김나래 기자
타종교 배움 통해 복음을 더 풍성하게 할 수 있다면…
입력 2018-06-21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