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세 번째로 중국을 방문하면서 북한과 중국은 전례 없이 끈끈한 밀착 관계임을 재확인했다. 중국 입장에서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 우려를 완전히 탈피하고 막강한 대북 영향력을 과시하는 계기가 됐다. 중국은 운신의 폭이 넓어진 만큼 향후 대북 경제 지원이나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등 주요 이슈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김 위원장이 19일 세 번째 정상회담에서 재확인한 것은 북·중 양측의 긴밀하고 공고한 협력 관계다. 시 주석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지지는 변함 없을 것”이라고 하자 김 위원장은 “중국이 보여준 역할에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실제로 남북, 북·미 정상회담 전후로 모두 세 차례나 시 주석에게 직접 설명하는 모양새를 취하며 몸을 낮췄다. 지난 두 차례는 김 위원장이 방중한 만큼 이번에는 시 주석이 답방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왔으나 이 역시 빗나갔다.
시 주석은 특히 ‘시진핑 배후론’을 거론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을 환대하며 대북 영향력을 새삼 보여줬다. 중국의 파워를 대미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북한의 의도인지 모르지만 북·중 밀착이 가속화되면서 중국의 대북 영향력도 계속 강화되는 분위기다. 최근 북한의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중국의 경제 발전상을 둘러봤고, 북한 고려항공은 오는 28일 평양∼중국 칭다오 간 직항 전세기 운항을 시작하기로 했다. 중국 3대 온라인 여행사이트인 취날왕은 북한 단체관광 상품을 대거 내놓아 북·중 교류도 본격화될 조짐이다. 특히 중국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 북한에 고위급 전용기를 빌려주고, 이후 한·미 연합 군사훈련 일시중단을 이끌어냄으로써 싱가포르 회담의 승자라는 평가도 받았다.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정점으로 치닫는 셈이다.
중국은 이후에도 ‘단계적 경제 지원’ 등 북한이 바라는 비핵화 방식에 힘을 실어주면서 향후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에 주도적 역할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지난 5월 말 다롄에서 만난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 합의를 전제로 북한에 단계적 경제 지원을 약속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었다. 북·미 정상회담 당일에는 중국 외교부가 ‘제재 중단이나 해제’를 포함한 대북 제재 조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에서도 시 주석과 비핵화 프로세스 및 경제 지원 방식 등을 논의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향후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과정에서 배제되지 않기 위해 이른바 ‘건설적 역할’을 계속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종전선언 논의는 몰라도 평화협정 협상에서는 결코 빠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비핵화 논의의 핵심 쟁점인 북한체제 안전 보장 문제에선 중국만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중국은 향후 비핵화와 북한체제 보장, 평화협정 협상 등 여러 논의 과정에 적극 개입하며 발언권을 키워갈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김정은 ‘지렛대 외교’… 美와 협상 전 또 訪中
입력 2018-06-20 17:18 수정 2018-06-20 1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