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여성 종사자 57.7% ‘성희롱·성폭력 경험’

입력 2018-06-19 21:40
조영선 국가인권위 사무총장이 19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문화예술계 성희롱 성폭력 특별조사단 활동 결과 발표를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여성의 절반 이상이 성희롱·성폭력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해자는 대부분 선배 예술가나 기획자·감독 같은 상급자였다.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특별조사단은 문화예술계 종사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 등을 바탕으로 이 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19일 발표했다.

특별조사단은 올 초 문화예술계의 성폭력 사건이 잇따라 터지자 국가인권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으로 구성해 지난 3월 12일부터 100일간 활동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문화예술계 여성 종사자 2478명 중 57.7%인 1429명이 ‘성희롱·성폭력을 직접 경험한 적 있다’고 응답했다. 남성은 1240명 중 84명(6.8%)만이 성희롱·성폭행 경험이 있었다. 선배 예술가와 프로듀서, 감독, 대학교수 등이 가해자로 꼽혔다. 피해가 있었다고 답한 비율은 연극 분야가 52.4%로 가장 높았으며 연예(52%), 전통예술(42.7%)이 그 뒤를 이었다.

문화예술계에서 성희롱·성폭력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64.7%는 성희롱·성폭력을 가볍게 여기는 문화예술계 특유의 분위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프리랜서나 임시직으로 일하는 이들을 보호할 법과 제도가 부재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조영선 인권위 사무총장은 “문화예술계의 경우 도제식 가르침을 통해 고용관계를 뛰어넘는 위계적 관계가 형성된다”며 “다른 직역에 비해서 성희롱·성폭력에 취약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특별조사단은 문화예술계 특별신고·상담센터 등을 통해 접수한 피해사례 36건을 조사해 수사 기관에 넘기거나 인권위 구제조치를 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