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 “대법원 행정처 PC 하드디스크 통째로 넘겨주세요”

입력 2018-06-19 18:34 수정 2018-06-20 00:22
김명수 대법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퇴근길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이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김명수 대법원장은 고발 대신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

검찰이 대법원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자료 제출을 정식 요청했다. 사건 배당 하루 만의 신속 행보다. 검찰은 특히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관련자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통째로 넘겨달라고 요구하면서 사법 심장부에 대한 전면적 수사를 예고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자용)는 19일 행정처에 공문을 보내 대법원이 보관 중인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검찰은 대법원 특별조사단이 조사한 의혹 문건 410개뿐 아니라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을 비롯한 사건 연루자 4명의 PC 하드디스크 실물을 제출 대상으로 지목했다.

검찰 관계자는 “하드디스크 자체를 봐야 한다. 이 사건은 대단히 중요한 사건이 분명하며, 통상적 수사 방식과 전례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 수사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별조사단이) 추출한 자료만으로는 그 자료들이 언제 생성됐고, 변동됐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며 “적법한 증거 확보 차원에서라도 실물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15일 대국민 담화에서 “특별조사단이 확보한 모든 인적·물적 조사 자료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직접적인 수사의뢰나 고발 조치를 하지 않았지만 수사 협조를 공언하면서 검찰이 사법행정 직무 관련 수사에 나설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검찰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수사 대상인 대법원이 넘겨주는 자료에 의존하는 수동적 수사는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 측이 옛 행정처 컴퓨터에 담긴 내용 상당부분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의심도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다른 기관의 자체) 조사 내용을 검증하는 곳은 아니다”며 “법원을 충분히 존중하되 명쾌한 규명을 위한 광범위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일단 대법원이 자료 제출에 협조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이지만, 수사 경과에 따라 행정처를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 시도 가능성도 열려 있다. 검찰이 하드디스크 분석 과정에서 삭제됐거나 깨진 파일을 복구할 경우 지금껏 파악되지 않은 새로운 사법행정권 남용 정황이 나올 수도 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