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5060, ‘삼식이’ 대신 요리학원, 사위보다 중요한 반려동물

입력 2018-06-20 04:00

정년퇴직을 앞둔 직장인 박모(59)씨는 요즘 퇴근 후 요리학원으로 달려간다. 퇴직 후 ‘삼식이’(삼시 세 끼를 아내에게 챙겨 달라고 하는 남편)가 되기 싫다는 생각에 학원에 등록했다. 어느덧 가족에게 근사한 식사를 차려주겠다는 목표도 생겼다. 주말에는 테니스 등 취미활동도 활발하게 한다. 박씨는 “회사일에 매달리면서 소홀했던 자신을 찾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금융회사 직원 김모(35)씨는 고민이 많다. 아내가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해야 하는데 아이를 봐줄 곳이 마땅찮아서다. 양가 부모 모두 아이를 정기적으로 봐주기 어렵다고 선언했다. 김씨는 “‘널 키우는 것도 힘들었다’고 한다. 양가 부모 모두 요즘에는 여행·취미활동에 바쁜 것 같다”고 말했다.

젊었을 때엔 회사 업무, 퇴직 후에는 가족에게 매여 살았던 5060세대가 달라지고 있다. ‘꽃중년’ ‘신중년’으로 불리는 요즘 중장년층의 라이프스타일은 이전 세대와 판이하다. 배우자·자녀·부모보다 ‘내 삶’이 가장 소중하다고 외친다.

라이나생명과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이런 내용을 담은 ‘대한민국 50+ 세대의 라이프 키워드’ 보고서를 19일 발표했다. 만 50세 이상∼65세 미만 107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다.

이전의 중장년층은 부모와 자녀 부양에 시달리는 ‘낀 세대’였다. 하지만 최근 “내 삶이 중요하다”는 ‘깬 세대’가 출현하고 있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를 순서대로 나열해 달라고 물었더니 ‘나 자신’을 첫손에 꼽은 응답자가 577명으로 가장 많았다. 각 순위의 최다 응답자만 집계했다. 2순위는 배우자(432명)였고 자녀(357명), 부모·형제(303명)가 뒤를 이었다. 며느리와 사위(56명)는 반려동물(163명)보다 못했다.

자녀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뒤에도 계속 돌봐주겠다는 중장년층은 10명 중 3명(33.9%)에 그쳤다. 결혼할 때까지만 돌봐주겠다는 응답자는 35.6%였다.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16.4%) 혹은 취직할 때까지(13.6%)만 챙기겠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특히 50∼55세 연령층은 졸업 때까지만 돌봐주겠다는 응답이 20.8%로 상대적으로 많았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장인 김난도 교수는 “과거에 비해 자녀 문제에서 훨씬 독립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늘었다”며 “예전에는 ‘수동태’로 살았다면 이제는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하며 나 자신을 위해 ‘능동태’로 살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시월드’(시댁을 뜻하는 신조어)는 옛말이 되고 있다. 결혼한 자녀의 집에 언제 가느냐는 질문에 10명 중 4명(43.9%)이 ‘자녀가 오라고 할 때에만 간다’고 답했다. ‘거의 안 간다’는 응답도 23.2%나 됐다. 가고 싶을 때 간다는 시부모는 171명(16.0%)이었다.

3명 중 1명은 퇴직 후 새로운 활동을 하기 위해 실천 중이거나 계획 단계에 있었다. 취득하고 싶은 자격증(중복 응답)으로 조리사 자격증(34.9%)이 가장 많았다. 외국어(34.1%), 공인중개사 면허(32.0%), 바리스타 자격증(29.7%), 컴퓨터 자격증(27.3%), 드론 기사 자격증(26.4%)이 뒤를 이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