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샴푸바(bar)로 머리를 감는다. 비누처럼 생긴 샴푸바는 일반 샴푸와 달리 플라스틱통이 필요 없다. 출근할 때는 도시락을 챙긴다. 점심 식사 후 커피가 당기면 텀블러를 들고 카페에 간다. 집에서는 여러 번 사용이 가능한 필터로 커피를 내려마신다. 장바구니로 사용하는 에코백은 외출가방에 넣어두는 게 습관이 됐다.
그린피스 다이나믹이슈 캠페이너 박샘은(27·여)씨의 일상이다. 그는 플라스틱 쓰레기 등 다양한 환경 문제를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하는 일을 맡고 있다. 쓰레기 때문에 고통 받는 동물을 위해, 남극·북극에서까지 발견되는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시작했던 작은 실천은 그의 일과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19일 서울 용산구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 박 캠페이너를 만났다.
그가 하는 실천은 과거 ‘유난스러운 일’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플라스틱 대체품을 찾아 소비하고, 에코백을 드는 게 오히려 멋지고 당연하다는 시선이 늘고 있다. 박 캠페이너는 “스테인리스 빨대, 대나무 칫솔 등 대체품을 파는 사이트들이 생겨나는 것만 봐도 여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며 “카페에 가도 텀블러를 들고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많아졌다”고 했다.
시민들만 움직이는 건 아니다. 지난 4월 ‘쓰레기 대란’을 겪으면서 정부도 변화에 동참하고 있다. 환경부는 카페에서 일회용 컵을 줄이기 위해 기업들과 협약을 맺었고, 컵 보증금 제도를 부활시키기로 했다. 박 캠페이너는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좋은 정책적 시작”이라면서도 “강제성이 없는 자발적 협약에 그친 점과 기업·생산자에게 더 책임을 지우는 시스템이 마련되지 못한 건 아쉽다”고 평가했다. 프랑스와 케냐 등 해외에서는 플라스틱 비닐봉지 사용 전면금지 등 보다 강력한 대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정책은 기업에 플라스틱 생산에 대한 책임을 더 지우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기업이 생산단계에서 플라스틱을 줄이지 않으면 결국 플라스틱 오염으로 인한 환경 문제는 세금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박 캠페이너는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는 모순적 루트”라며 “자발적 협약보다는 법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정책 전환이 이뤄진 해외에서는 생산자가 재사용 가능한 용기를 만들고, 수거까지 책임지는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 길거리에 수거함을 만들어서 자체적으로 컵을 수거하는 미국의 재사용 컵 생산기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시민들도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박 캠페이너는 “카페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머그잔에 주세요’ ‘플라스틱 말고 다회용 숟가락은 없나요’라고 물어보는 것 또한 소비자의 확실한 메시지 전달”이라며 “이렇게 물어보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지면 기업도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플라스틱 쓰레기 감축 세금으로 해결? 생산 기업이 수거까지 책임지게 해야”
입력 2018-06-20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