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4분기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7월 수정 경제전망을 짚어본 뒤 방향을 판단할 것”이라며 당분간 관망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대신 “물가는 4분기 이후 오름세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해 다른 급격한 변동이 없다면 10∼11월쯤 금리를 올리는 ‘시간표’를 짜고 있음을 암시했다.
이 총재는 19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가속화’ ‘유럽중앙은행(ECB)의 연내 양적완화 정책 종료’ ‘신흥국 금융 불안’ ‘국내 고용 상황 지지부진’ 등을 차례로 언급했다. 모두 한국 경제의 앞날을 흐리게 만드는 불안요소다. 이 총재는 이를 감안해 “7월에 국내 경제상황을 다시 한 번 짚어보고 앞으로의 정책방향을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다음 달이나 8월에 기준금리를 올릴 확률은 확 낮아졌고, 10∼11월 인상 가능성이 떠오르게 됐다.
물가와 관련한 이 총재의 인식도 ‘4분기 금리 인상’ 예측을 뒷받침한다. 이 총재는 “지금은 물가가 목표 수준(2%)에 밑돌고 있지만 여러 정보로 분석해 보면 하반기, 특히 4분기에 물가 오름세가 지금보다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예측했다. 현재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최대 걸림돌은 저물가 현상이다. 이를 감안하면 “4분기에 개선될 것”이란 발언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이 총재는 한·미 금리 역전과 원·달러 환율 1100원대 진입으로 촉발될 수 있는 대규모 자본유출 가능성을 적극 부정했다. 이 총재는 “한국 경제는 대외충격에 대해 높은 복원력을 보이고 있다”며 전날 무디스가 내놓은 한국의 신용등급 긍정 전망 유지 사례 등을 소개했다.
한편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 시중에 돈을 많이 푼 대가로 한국 경제의 부동산 편중과 비금융자산가격 상승의 부작용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 한은이 이날 통계청과 함께 발표한 ‘2017년 국민대차대조표(잠정치)’를 보면 ‘국부(國富)’를 뜻하는 국민 순자산 가운데 토지와 건물 등 부동산 위주의 비금융자산 가격상승률이 지난해 3.9%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3.6%)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비금융자산을 보유해 얻는 명목손익도 2014년 213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493조6000억원으로 배 넘게 올랐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신화가 계속 이어지는 중이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 기준으로 가구당 순자산은 지난해 말 3억8867만원으로 추산됐다. 이중 비금융자산은 2억9306만원, 순금융자산은 9561만원이다. 쉽게 풀면 집집마다 빚을 빼고 3억9000만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데 집과 땅 등 부동산에 75.4%인 2억9000만원을 쏟아부었고, 예금 보험 등 금융투자액으로 9000만원씩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 가구의 비금융자산 비율(75.4%)은 미국(34.8%)이나 일본(43.3%) 독일(67.4%)을 웃돌아 부동산 쏠림 현상을 방증한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한은 총재, “4분기에 물가 오를 것” 4분기 금리 인상 예고
입력 2018-06-20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