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개신교 최대 교단 남침례회 새바람… 37년 만에 45세 최연소 총회장 선출

입력 2018-06-20 00:01

미국 개신교 최대 교단인 남침례회(SBC)가 37년 만에 최연소 총회장을 선출하고 변화의 시동을 걸었다. 총회는 여성과 소수인종을 존중하고 세속 문화에도 관심을 갖기로 했다. ‘SBC=공화당 지지’라는 정치적 꼬리표도 뗄 것을 주문했다.

19일 미국 아틀란틱 매거진과 크리스채너티투데이 등에 따르면 SBC 신임 총회장에 노스캐롤라이나 서밋교회 JD 그리어(사진) 목사가 선출됐다. 그는 “SBC에 새로운 문화와 자세가 요구된다”며 “교단을 다르게 인도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여성과 소수인종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존중하지 못한 것을 회개하며 이들을 리더 그룹에 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어 목사는 올해 45세로 총대 69%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다. ‘담장을 넘는 크리스천’ ‘복음본색’ 등의 저자로, 그가 담임하는 서밋교회는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25개 교회 중 하나다. 지난주 댈러스의 한 컨벤션센터에서 실시된 161회 SBC총회에는 9600여명의 총대들이 모였다.

미국 기독교 매체들은 SBC가 그리어 목사를 선출한 이상 향후 교단 정책과 흐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총회 현장에서도 변화의 흐름이 감지됐다. 총대 상당수는 젊은 목회자들로 구성됐으며 여성과 소수인종 목회자 및 신자들도 대거 참여했다.

총회에서는 가부장적 교단 분위기 쇄신을 위한 논의가 있었으며 교회 내 여성 역할의 중요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침례회가 그동안 여성들의 발언을 금지시키며 비난했던 것을 고백하자는 제안도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페이지 패터슨 전 사우스웨스턴침례교신학교 총장의 사임과도 맞물려 있다. 패터슨 전 총장이 여성을 비하한 과거 설교가 지난달 논란이 된 후 SBC 소속 교회 여성 3000여명이 탄원서를 제출하며 사임을 촉구했다.

총회에서는 소수인종 출신 목회자들의 부각과 함께 탈정치를 요구하는 총대들의 모습도 보였다. 총회 기간 열린 목회자 콘퍼런스에선 흑인 목회자가 개회설교를 맡았다. 12명의 강사 중 6명이 소수인종이었다. 축사를 전하기 위해 방문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환대를 받지 못했다. 일부 총대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며 거부감을 표시했고 상당수 총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교단이 정치와 거리를 둘 것을 제안했다.

‘미국 남침례교 역사’를 쓴 베일러대 배리 핸킨스 교수는 “SBC의 세대 이동은 교단 정체성을 뒤흔들고 있다”며 “젊은 세대들은 구세대들이 견지해온 가치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그들은 변화를 요구한다”고 분석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