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은 여러 요소들이 선순환적으로 작용하도록 해야 성공한다
다양한 보완 노력으로 정책 신뢰도와 목표 실현 가능성 높이는 게 우선이다
6·13 지방선거는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도 75%가 넘는다. 국민 지지가 이 정도라면 민주당 정권이 앞으로 국정 수행에 있어 쾌도난마식으로 거침없을 것 같다. 문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1년의 경험을 했기에… 서툴 수 있다는 핑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분위기를 다잡았다고 한다. 청와대와 내각의 자만을 경계하는 시의적절한 조치다.
지방선거일 3개월 전부터 선거일 직전까지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와 우려들이 쏟아지면서 난상토론을 방불케 했다. 고용률 하락 등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정적 영향, 최저임금 산입 범위를 새로 정한 최저임금법 개정, 주 52시간 근로제 준비 미흡 등으로 업계나 노동계는 안팎으로 서로 입장이 엇갈리며 불만이 표출됐다. 지금도 경제상황과 경제정책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일자리’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그대로 유지되는 한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한국 경제 상황은 어느 지표와 전망을 봐도 녹록지 않다. 올해 최저임금 16.4% 인상이 일부 물가 상승에 영향을 주고, 주 52시간 근로제로 근로소득이 줄게 되면 내수 부진의 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제성장률은 올해 3% 달성이 가능해도 내년까지 유지될지 확실치 않다. 수출은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데 반도체마저 중국에 추격당하고 있다. 글로벌 무역마찰, 특히 미·중 무역갈등은 직간접적으로 한국의 수출입에 영향을 준다. 이밖에 세계경제 성장률 둔화 전망, 국제유가 상승,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 등은 낙관적 전망을 어렵게 한다. 더욱이 북한의 비핵화 논의와 과정이 동북아 정세를 어떻게 변화시켜 갈지 불확실성은 한껏 높아진 상태다. 국내 경제가 안정적 성장을 실현할 여건을 갖췄다면 외부 요인에 따른 불안감과 정책의 적절성 논란은 확연히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정부의 소득성장위주 정책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했다는 통계와 지표들이 이어진다. 일자리가 줄고, 기업들이 정부의 고용정책을 부담스러워해 투자와 활동에 소극적이거나 현상 유지에 신경을 쓰는 게 확인된다. 일자리 취약계층, 저소득층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것도 조사됐다. 이 상태로는 일자리의 질을 높일지언정 일자리를 늘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기업의 자발적 노력 없이 세금으로 정책을 지탱하며 혁신성장을 꾀하는 데엔 한계가 분명하다.
그간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 감소의 상관관계 논쟁은 정부 입장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지난달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론에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라고 평가해 논란을 키웠다. 정부부처 간, 정부와 민간 간 반박과 재반박이 되풀이됐다. 결국 여러 통계와 분석들 중 정부는 입장과 구미에 맞게 데이터를 활용해 만든 결과물을 발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최근까지도 엉뚱한 요소들을 동원해 정책 결과를 설명하려 든다. 기저효과, 인구구조 변화, 날씨, 공무원시험일, 사드 영향 등. 그것들은 정책 입안과 진행, 결과 예측 때 이미 관심 있게 고려됐어야 했다. 정부가 그것들을 방어기재로 활용하려는 것은 너무 안이하다. 출산율 저하가 누적되는 반면 고령인구는 급속히 늘고 있다. 정보·기술혁명으로 산업구조와 사람의 생활패턴, 가치관 등이 빠르게 바뀌는 중이다. 종전의 정책 패러다임으로는 따라잡기 어렵다. 이런 트렌드는 근로소득자라면 웬만큼 아는데 정책 당국자들은 여전히 관행적, 관성적으로 움직이는 듯하다. 기업의 투자 부진, 실업률 악화 등이 단기적 현상인지 중장기적인 경제성장 둔화의 단초인지도 정확히 진단하지 못한 상태다.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줄까 노심초사 방어적이었던 ‘새 정부 1년 평가’ 상황이 해소됐다. 보다 투명하게 국민에게 설명하고 의견을 조율해 정책에 반영시킬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정부는 정책 집행속도와 성과 부각에 집착할 게 아니다. 이제 임금, 근로시간, 일자리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좀 더 차분히 원인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일자리 정책의 속도 조절론도 시기적으로나 상황적으로 정책 집행의 정도가 적절한지를 점검해 보자는 것이다. 서비스산업의 부가가치 창출을 돕는 규제개혁이나 노동 유연성 확보를 위한 노동시장 구조 개선은 고용 확대 차원에서도 늦출 수 없는 과제다. 여러 의견을 귀담아듣고 정책의 신뢰성과 실효성을 높이는 다양한 노력이 있다면 이를 무턱대고 비난하거나 반발하는 경우는 설득력을 잃을 것이다. 불확실성과 실패 확률을 낮추는 방법이기도 하다. 어떤 설명도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 백약(百藥)이 무효인 상황은 어느 때라도 닥칠 수 있다. 누가 불신을 자초하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김용백 논설위원 ybkim@kmib.co.kr
[김용백 칼럼] 변명보다는 정책 실효성 높여야
입력 2018-06-20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