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소문 없이 뜨는 아시안 팝 “한국 사람들이 왜 우리를 좋아하죠?”

입력 2018-06-20 04:00
세련된 멜로디로 국내에서 서서히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있는 대만 밴드 선셋 롤러코스터. 페이스북 캡처
아시아의 많은 국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태국 뮤지션 품 비푸릿(위 사진)과 중국 인디밴드 차이니즈 풋볼. 페이스북 캡처
대만 인기 밴드 선셋 롤러코스터(Sunset Rollercoaster)를 아시는지. 한국으로 따지면 자국에서 밴드 혁오 정도의 인기를 누리는 팀이다. 하지만 한국인에게 이 팀은 생소할 수밖에 없다. 대형 음반 매장에서 앨범을 구할 수 없는 데다 음원 사이트에서도 이들의 음악을 찾아듣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팀의 음악을 들으려면 유튜브나 SNS에 접속해야 한다.

이렇듯 쉽게 접하기 힘든 음악인데도 선셋 롤러코스터의 노래를 좋아하는 한국인은 서서히 늘고 있다. 선셋 롤러코스터는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KT&G 상상마당에서 내한공연을 열었는데 관객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공연을 기획한 인물은 인디 레이블 헬리콥터레코즈의 박다함 대표. 그는 “콘서트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관객들 반응이 정말 신기했어요. 밴드 멤버가 만다린어로 뭔가를 물으면 관객들이 만다린어로 답하더군요. 멤버들이 저한테 묻더라고요. 왜 이렇게 한국 사람들이 자신들을 좋아하냐고요.”

선셋 롤러코스터의 내한공연은 지난해 8월에 이어 두 번째였다. 스탠딩 400장의 공연 티켓은 지난달 14일 예매가 시작되자 일주일 만에 매진됐다. 박 대표는 “과거 미국이나 영국의 음악을 즐기던 사람들이 이제는 아시아 음악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이른바 ‘아시안 팝’을 향한 관심이 갈수록 뜨거워지는 분위기다. 대만이나 태국처럼 대중음악의 변방으로 분류되던 나라의 음악이 ‘핫한’ 문화 콘텐츠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름도 생소한 아시아 뮤지션의 내한공연 소식도 자주 들린다.

가장 각광받는 뮤지션으로는 태국의 싱어송라이터 품 비푸릿(Phum Viphurit)을 꼽을 수 있다. 그는 지난 4월 내한공연을 열었는데, 입장권은 예매 개시 3시간 만에 동이 났다. 당시 중고 거래 사이트에는 웃돈을 주고서라도 티켓을 사고 싶다는 글이 잇달아 올라왔었다.

품 비푸릿은 오는 23일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 인근에서 열리는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 무대에도 오른다. 페스티벌 관계자는 “품 비푸릿은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가장 주목받는 아티스트”라며 “품 비푸릿을 초청한 건 아시아 청년들의 유대감을 끌어올리는 데 그의 음악이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중국 인디밴드 차이니즈 풋볼(Chinese Football)은 지난 3월 서울과 부산에서 연달아 공연을 열었다. 대만 밴드 노 파티 포 차오동(No Party for CaoDong)이나 인도네시아 래퍼 리치 치가(Rich Chiga) 같은 뮤지션을 좋아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그렇다면 아시안 팝이 이토록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건 역시 인터넷의 힘이다. SNS나 유튜브처럼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창구가 늘면서 아시안 뮤지션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윤하 음악평론가는 “요즘 젊은층은 인터넷을 통해 취향에 맞는 음악을 능동적으로 찾아듣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시안 팝은 영미권 뮤지션의 음악보다 더 친숙하게 느껴지면서 세련미도 갖추고 있다”면서 “앞으로 국내 음악시장에서 아시안 팝의 인기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전망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