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이모(55)씨가 지난 17일 전북 군산시 유흥주점에 지른 불에 클럽 안에 있던 시민들과 개야도 어민들의 삶은 검게 탔다. 하지만 이들을 구하려는 시민들의 의식은 그 속에서도 빛났다.
아내와 함께 클럽에 있던 장모(47)씨는 치솟는 불길에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클럽 앞에는 가족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 있는 낡은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장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법 없이도 살 사람’이었다. 정직하고 부지런했다. 군산항 앞쪽에 장씨가 자수성가로 일군 선외기 업체는 ‘일 잘한다’고 입소문을 탔다. 장씨는 아내 그리고 아들과 함께 가게를 운영했다. 선박용 엔진을 탈부착하거나 출장수리를 해줬던 장씨는 많은 품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수리는 흔쾌히 무상으로 해줄 정도로 여유가 있고 소박한 사람이었다. 같은 산악회 회원이었다는 왕십리진곱창 양덕원(56) 사장은 장씨를 “주변 사람들에게도 항상 평판이 좋았던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화재로 클럽에서 여가를 즐기던 3∼4명의 개야도 주민들도 피해를 봤다. 군산시 장미동은 개야도에서 어업을 하는 사람들이 잠시 숨을 고르는 장소였다. 썰물로 인해 배가 멈추면 개야도 어민들은 이 클럽에서 지인들과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 같은 성을 가진 장모(50)씨도 클럽에서 연기를 들이마셔 부상을 입은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장씨의 친구였던 박모(50·여)씨는 “시비 한 번 붙은 적이 없던 장씨와 개야도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어 머리가 아프고 혼란스럽다”고 심정을 전했다.
피해를 최소화한 건 화재를 목격한 시민들의 헌신이었다. 군산시 경암동에 사는 트레일러 기사 임기영(69)씨는 클럽에서 ‘펑’ 하는 소리가 나고 불길이 솟자 즉시 클럽으로 달려가 쓰러진 사람들을 밖으로 빼냈다. 임씨는 “무대 옆 비상구를 통해 들어가 사람들을 구조했다. 주민 10여명도 달려와 함께 도왔다”고 말했다. 시내버스 1대는 운행을 급히 중단하고 응급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클럽 근처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가게에 비치된 소화기를 들고 화재 현장으로 달려갔다.
군산=강경루 기자 roo@kmib.co.kr
썰물로 여가 즐기던 개야도 어민들도 피해
입력 2018-06-19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