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공기관 화장실 생리대 비치’ 투표에 부친다

입력 2018-06-18 22:35
서울예대 학생들이 노숙인을 위해 서울 영등포역에 설치한 나눔생리대함 모습. 서울시 제공

“공공기관 화장실에 비상용 생리대를 비치하면 어떨까요?”

서울시가 공공기관 화장실 생리대 비치에 대한 시민 의견을 묻는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온라인 시민 제안 창구인 ‘민주주의 서울(democracy.seoul.go.kr)’ 홈페이지에서 19일부터 다음 달 18일까지 한 달간 찬반 투표가 진행된다.

이번 투표는 여성들의 필수품인 생리대를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지원하려는 국내 첫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2016년 국민일보가 저소득층 10대 여성들이 생리대를 사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일명 ‘깔창 생리대’ 문제를 보도한 후 생리대 지원 사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 현재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여성가족부와 국비 매칭사업으로 중위소득 50% 이하와 한부모가족지원법 지원 대상 만 11∼18세 여성들에게 월 1만원 상당의 생리대를 지원하고 있다.

공공기관 화장실에 생리대가 무료로 비치된다면 저소득층 10대 여성으로 특정됐던 지원 대상이 여성 모두에게로 확대된다.

해외에서는 미국 뉴욕시가 2016년 공립학교 800여곳에 무료 탐폰생리대 자판기를 설치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시행하고 있다. 올 3월에는 레스토랑과 오피스빌딩, 학교, 정부기관 등에 여성용품을 무료로 비치하는 법안이 뉴욕 주의회에 상정됐다. 호주 시드니에서는 공공기관 생리대 무료제공 법안이 2016년 발의됐고, 스코틀랜드에서도 지난해 학교와 대학에 무료 생리대 자판기를 설치했다.

국내에서는 서울 영등포역에 노숙인을 위한 나눔생리대함이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생리대가 금방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많은 시민들이 생리대를 기부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한동대에서는 사회복지학과 주도로 교내 여성화장실 5곳에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생리대를 비치했다.

원미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 늘푸른여성팀장은 “생리대를 여성들의 생필품으로 보고 저소득층이라는 특정 대상 지원을 넘어 새로운 공공 생리대 지원체계를 마련하려는 시도”라며 “공공기관 화장실 생리대 비치는 그동안 시민들이 지속적으로 요청했던 사안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번 찬반투표에서 시민들 찬성이 높으면 조례를 제·개정하는 방법을 통해 연내 시범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공공기관 화장실 내부에 철제로 된 생리대 무료 자판기를 설치하는 방식이다. 시범사업을 통해 예산 규모가 드러나면 점차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