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혁신 주체가 보이지 않고 있다. 당의 주류였던 친박(친박근혜)과 친홍(친홍준표) 세력은 청산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으며 초·재선 등 소장파도 그간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점에서 혁신 주체로 신뢰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외부 인사들도 참신함이 떨어지는 ‘올드보이’다. 당을 신속히 수습하기가 결코 쉽지 않아 보인다.
서청원, 최경환 의원을 필두로 한 친박 세력은 박근혜정부 내내 한국당의 주류를 형성했다. 비박(비박근혜)과의 권력다툼 과정에서 20대 총선 직전 ‘친박 공천’ 논란을 일으켰고 당시 당대표였던 비박계 김무성 의원과 극심하게 갈등했다. ‘옥새 파동’ 사태로 자멸하며 한국당은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원내 1당 지위를 헌납했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의석수 우위를 잃은 이때 탄핵 표결의 ‘씨앗’이 뿌려졌다고 본다.
친홍 세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 국면에서 당의 실세로 등장했다. 홍 전 대표가 대선에 출마해 2위라는 성적을 거둔 뒤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되면서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홍 전 대표의 ‘막말’과 ‘반공 보수’ 성향이 현재의 당 정체성과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변화 없이 그대로 지방선거에 나선 한국당은 결국 최악의 패배를 맛봤다.
초·재선 의원들도 보수 진영 몰락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박근혜정부 때와 ‘홍준표 체제’에서 침묵으로 일관한 탓이다. 최근 정종섭 의원 등 초선 의원 일부가 중진 의원들의 정계은퇴를 주장한 데 대해서도 당내에서는 “일제 강점기에 비겁하게 침묵하다 광복이 되니 독립을 외치는 친일파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바른정당으로 탈당했다가 복당해 소위 ‘복당파’로 불리는 인사들도 결국 가치보다 세력을 택했다는 점에서 개혁 주체로는 미흡하다는 시각이 많다.
당의 시선은 따라서 외부로 쏠리고 있다. 김용태 의원은 18일 페이스북에서 “국민적 바람을 담아낼 수 있는 외부 인사에게 전권을 가진 비상대책위원회를 맡기자”고 주장했다. 이어 “논리에 함몰돼 시대 흐름을 놓쳤고 굴종과 퇴행으로 국민적 바람을 외면했던 우리가 스스로 매듭을 풀 수 없음을 인정하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도 외부에서 비상대책위원장을 영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거론되는 인사들인 김병준 전 부총리,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은 ‘올드보이’로 분류된다. 참신성이 떨어질 뿐더러 복잡한 당내 계파 구도를 해결할 수 있는 구심력도 부족하다. 한 한국당 의원은 “지금 거론되는 인사들은 참신함이 떨어지는 데다 당의 상황이 최악인 만큼 오겠다는 사람도 없다”며 “구인난에 시달릴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한국당의 혼란상이 당분간 계속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한 이유다.
임시 지도체제도 흔들리고 있다. 김 권한대행이 이날 중앙당 조직을 현재의 10분의 1로 축소해 사실상 해체하고 원내 중심 정당을 구성하겠다고 발표하자마자 “당내 의견수렴이 전혀 없었다”는 반발에 직면했다. 김 권한대행은 이밖에 당 조직 혁신 작업을 진행할 구태청산 태스크포스(TF) 구성, 혁신비대위 구성위원회 신설 등을 결정했다. 최종적으로는 당명 개정도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 재선 모임 간사인 박덕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김 권한대행이 상의 없이 중앙당 축소를 선언한 것과 관련해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심재철 의원도 입장문에서 “김 권한대행의 처방은 엉뚱한 것”이라며 “대책을 원내정당, 당 슬림화에서 찾는데 당이 덩치가 커서 패배했다는 것이냐”고 따졌다.
당 혁신 방안을 놓고도 여전히 이견이 많다. 김한표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재선 의원 간담회에서 “죽는 길이 사는 길이다. 당을 해체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홍철호 의원은 “당 해체가 국민들의 뜻에 부응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들의 뜻은 더 잘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연 의원은 “당의 진로와 개개인의 진로까지 외부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이에 대해 김진태 의원은 “우리가 갖고 있는 이념이 문제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재선 의원들은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정기 간담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 관계자는 “죽어야 사는 상황에서도 초선, 재선, 중진들이 서로 살기 위해 끼리끼리 모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동성 이종선 기자 theMoon@kmib.co.kr
친박, 친홍, 복당파, 침묵 초·재선, 울고 싶은 한국당 ‘개혁 주체가 개혁 대상?’
입력 2018-06-19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