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를 건너온 난민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왔던 독일 정부가 난민정책을 두고 분열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사진) 독일 총리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유럽 정상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독일에서 난민정책을 놓고 메르켈 총리의 기독민주당(CDU)과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의 기독사회당(CSU) 연합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그 가운데 메르켈 총리가 오스트리아·불가리아·그리스·이탈리아 등 유럽연합(EU) 회원국들에 독일로 들어오려는 난민을 분산 수용해줄 수 있는지 의사를 타진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제호퍼 내무장관은 지난주 EU 내 다른 국가에 이미 망명신청을 한 난민의 입국을 거부하는 정책을 발표하려 했으나 메르켈 총리의 반발에 부딪쳐 실패했다. 메르켈 총리는 난민 대책을 국가 차원이 아닌 EU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독일이 독자적인 난민정책을 추진할 경우 난민의 도착지인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이 더욱 큰 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독일에 도착하는 난민 수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제호퍼 장관은 최근 CSU 지도부 회의에서 “나는 그 여자(메르켈 총리)와 더 이상 일할 수 없다”고까지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제호퍼 장관이 “메르켈 총리에게 EU의 파트너 국가와 난민 협정을 논의할 수 있는 2주간의 자비를 베풀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WSJ는 “제호퍼 장관이 메르켈 총리의 반대를 무릅쓰고 정책을 강행할 경우 메르켈 총리가 제호퍼 장관을 경질할 것이고, 그러면 연정도 깨져 의회 과반 지위를 잃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난민 구호선 아쿠아리우스호가 이탈리아와 몰타에서 입항이 거부돼 1주일간 지중해를 떠돈 사건에 대해 인권단체들은 비난을 퍼붓고 있다. 아쿠아리우스호에 타고 있던 629명의 난민들은 결국 지난 16일 스페인 발렌시아항에 내렸다. 국제 적십자사·적신월사 연맹(IFRC) 등 인권단체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유럽의 가치를 배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코너 몰린 메르켈… EU국에 “SOS”
입력 2018-06-19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