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신준섭] 싸움판 커지는 고용부-산업인력공단 갈등

입력 2018-06-19 04:05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고용부는 산업인력공단에 산하기관인 한국기술자격검정원의 직원을 재고용하라는 공문을 보냈다(국민일보 18일자 8면 보도).

산업인력공단 노동조합은 18일 감사원에 고용부 감사를 청구하고 고용부 정문 앞에서 1인 시위에 돌입했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이성기 고용부 차관은 산업인력공단 노조와 면담을 했다.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협력을 해도 모자랄 때에 싸움판만 커지고 있다.

어쩌다 이런 상황까지 왔을까. 뿌리를 찾아가 보면 답이 보인다. 검정원은 태생만 봐도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다분했다. 검정원은 고용부가 산업인력공단 업무 중 일부를 위탁하기 위해 만든 사단법인으로 출발했다. 2011년 9월 법인등기를 마친 뒤 3개월 후 유용태 전 고용부 장관이 이사장으로 선임됐다. 유 전 장관이 2016년 11월 물러날 때까지 매년 100억원가량의 국가 예산이 검정원에 들어갔다. 그런데 검정원은 위탁 업무를 위한 시설이나 사무실조차 없는 조직이다. 애초에 산업인력공단의 인력을 충원했으면 됐을 일이 커졌다.

새로 만들어진 기관에 업무를 빼앗긴 산업인력공단은 이를 이용했다. 산업인력공단 노조 자료에 따르면 전·현직 직원의 자녀, 사위, 조카 등 특수관계자 9명이 검정원에 취업을 했다. 검정원 직원 85명 가운데 10.6%가 일감을 주는 기관의 친인척이다.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구성이다.

고용부가 밑그림을 그리고 산업인력공단의 일부 직원이 악용하는 구도가 현재의 갈등을 부른 셈이다. 감사원이 감사에 나설 경우 고용부뿐만 아니라 산업인력공단까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고용부나 산업인력공단은 국민의 세금을 낭비했다는 원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세종=신준섭 경제부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