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020년까지 불가역적인 북한 비핵화를 이뤄내겠다고 공언했지만 이게 과연 현실성 있는 계획인지를 두고 논란이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지점’으로 밝힌 ‘20% 비핵화’ 역시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가리키는지 불분명하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의회 비준과 올해 11월 중간선거 등을 염두에 두고 ‘블러핑’(과장된 베팅 전략)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북핵 전문가들은 북한 내 핵물질 매장량, 핵·미사일 관련 기술 축적 등으로 미뤄봤을 때 2년 반 만에 결정적인 비핵화 조치가 나오기는 힘들다고 보고 있다. 이 시간 안에 가능한 조치는 기존 핵탄두와 미사일 일부를 반출 또는 폐기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포기토록 하는 정도다. 영변 핵시설 등 주요 시설 일부를 불능화하는 작업이 함께 이뤄질 수도 있다. 이것만으로도 북핵 역사상 가장 멀리 나간 조치로 평가할 수는 있지만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까지는 갈 길이 멀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18일 “북한이 보유한 핵물질 추정량을 감안하면 핵탄두를 50∼100개를 만들 수 있다”면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까지는 15∼20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 교수는 “2년 반 안에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는 핵탄두와 미사일을 5개 정도씩 외부 전문가 입회 하에 폐기하는 수준일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미국령 괌을 타격할 수 있는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 12형을 지난해 실전배치했다. 북한은 스커드와 노동 등 단·중거리 미사일과 달리 IRBM급은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추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IRBM급 이상을 탑재할 수 있는 이동식 발사대(TEL)도 보유량이 10대 남짓인 것으로 알려졌다. ICBM급으로는 화성 14형과 화성 15형이 있지만 아직 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만약 미국이 ICBM 개발 중단과 IRBM 및 TEL 일부 폐기를 얻어낼 수만 있다면 북한의 장거리 타격 능력은 상당히 감소한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미국 본토 위협을 제거한 외교적 성과로 과시할 수 있다.
미 본토 타격 능력 외에 북한 핵 능력 자체를 건드리기 위해서는 원자탄 재료인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HEU), 수소탄 재료인 리튬-6와 중수소, 삼중수소 등 핵물질과 핵탄두, 핵시설에 대한 사찰과 검증이 실시돼야 한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 개발 관련 시설이 3000개에 달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대 관건은 생산과 은닉이 쉬운 HEU다. 플루토늄과 삼중수소는 영변 핵시설, 리튬-6와 중수소는 함경남도 흥남화학단지 등으로 좁힐 수 있지만 HEU는 불가능하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신고를 성실히만 한다면 초기 검증 조치는 올해 안에 마무리될 것”이라면서도 “가장 큰 문제는 HEU다. 정확한 측정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북한이 어떻게 발표하든 의심이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2년 반 내에 비핵화? 서균렬 서울대 교수 “5개 정도 폐기 수준일 것”
입력 2018-06-19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