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우려에 주가 2400 밑으로, 원·달러 환율 1100원 넘기고

입력 2018-06-18 19:34 수정 2018-06-18 21:02
KEB하나은행 직원이 18일 서울 중구 본점 딜링룸에서 코스피지수, 원·달러 환율, 코스닥지수 종가가 표시된 모니터 앞을 걸어가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지난 3월 5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2376.24로 마감했다. 환율은 지난해 11월 20일 이후 처음으로 1100원 선을 넘어선 1104.8원에 거래를 마쳤다. 뉴시스
코스피가 3개월 만에 2400선을 내줬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원화 가치 하락이 증시를 짓눌렀다. 원·달러 환율은 7개월 만에 1100원 선을 넘어섰다.

지난 2월 겪었던 증시 급락을 연상시키는 장세다. 금융투자업계는 코스피의 가격 매력을 고려해 추가 하락보다 반등을 내다본다. 다만 예측할 수 없는 무역갈등 변수, 실망스러웠던 국내 고용지표 등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18일 코스피지수는 27.80포인트(1.16%) 하락한 2376.24로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 2400선을 내준 건 지난 3월 5일(2375.06)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은 3189억원을 팔아치웠다. 5거래일 연속 순매도다. 외국인은 올해 코스피시장에서만 약 3조원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코스피는 이날 낙폭을 키우면서 2360선까지 가라앉기도 했다. 오후 2시쯤부터 하단을 지지하고 2370선을 회복해 그나마 한숨을 돌렸다. 코스닥은 3% 급락했다.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하락했다.

증시 하락의 방아쇠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당겼다. 연준은 지난 14일 예상보다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성향이 강한 정책 기조를 밝혔다. 미국이 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 신흥국 통화인 원화는 약세가 된다. 18일 원·달러 환율은 이런 상황 등을 반영해 7.1원 오른 1104.8원에 마감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외국인들은 한국 주식을 팔고 달러로 바꿀 때 환 손실을 입는다. 앞으로 신흥국 통화 가치가 계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신흥국 증시에서 발을 뺄 수밖에 없게 된다.

하지만 환율 1100원 선이라는 숫자 자체는 당장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한국 수출기업들은 가격경쟁력을 얻는다. 금융투자업계도 환율이 1100원 선을 돌파하면서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저가에 살 가능성에 주목한다. 신한금융투자 곽현수 연구원은 “코스피가 지난 2월 이후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한 적은 처음”이라며 “2월에도 저점을 다진 후 약 6주간 외국인 자금이 순유입됐었다”고 말했다. 유안타증권 정인지 연구원은 “코스피는 2350선에 지지대가 있고, 원·달러 환율도 1100∼1110원에서 저항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불안 요소는 증시 하락에 기름을 끼얹은 미·중 무역분쟁이다. 미국은 다음 달 6일부터 500억 달러(약 55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중국도 같은 규모의 ‘맞불 관세’를 매기기로 해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KB증권 김두언 연구원은 “무역분쟁이 파국으로 치닫지 않겠지만 단기에 해결될 사안도 아니다”며 “분수령은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이지만 더 장기전이 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에 대한 의구심이 퍼지고 있는 것도 고민거리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최광혁 연구원은 “실업률도 문제지만 대부분 업종에서 취업이 감소하고 있다”며 “소득주도성장이 어그러지면 국내 경기에 대한 기대를 줄여야 한다는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