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G2 갈등까지… 안팎에서 역풍 커지는 한국 경제

입력 2018-06-19 04:04
봉합되는 듯했던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결국 현실화되고 있다. 세계 2대 주요국(G2)이 지난 주 500억 달러(약 55조원) 상당의 상대국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정면충돌했다. 미국은 중국의 보복 관세에 다시 추가 관세로 맞불을 놓을 태세다. 미국 정부는 1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소비재 7600개 품목에 또 다른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 갈등은 지난 8∼9일 캐나다 퀘벡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머지 6개국과 달리 ‘관세 장벽을 배격한다’는 공동선언에 반대한 데 이은 것이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또 다른 암운이다. 한국은 대미, 대중 수출의존도가 모두 높은 나라로 두 나라 간 무역 전쟁으로 인해 타격을 크게 입을 수밖에 없다. 올 들어 다섯 달 동안 한국 수출 가운데 중국과 미국으로 간 물량이 각각 27%와 11%에 이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이 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의 대미 수출이 0.9%(연간 38억 달러) 줄게 된다. 특히 한국의 대중 수출 중 중간재가 80%에 가깝다. 중국의 대미 가공무역이 막히면 그 충격을 한국이 고스란히 받게 된다는 얘기다. 국제 금융시장과 원자재 시장이 요동치는 것은 G2 간 무역 갈등이 ‘말 전쟁’의 수준을 넘어섰다는 방증이다. 지난 15일 원유 구리 알루미늄 등 주요 상품 가격이 2% 넘게 급락했고 한국 증시는 사흘 연속 하락해 18일 2400선 아래로 추락했다. 원·달러 환율은 7.1원 오르며(원화 약세) 7개월 만에 1100원 위에서 마감했다.

이미 최저임금 급격 인상 등 정책 실패의 후유증이 커진 한국 경제에는 설상가상이다. 생산과 투자 부진으로 경기 하강 조짐이 뚜렷해지는 데다 조선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최악의 고용 충격까지 겹쳤다. 반면에 경기 확장과 완전고용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심해진 미국은 올 하반기 기준금리를 2∼3회 추가로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이미 한·미 간 금리 차가 0.5%포인트인 만큼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더 지연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경기가 하강하고 가계부채가 1500조원에 육박해 오히려 금리를 낮춰야 할 판에 금리 인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답답한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고 조만간 내년 최저임금 인상 폭이 결정된다. 취지는 좋으나 자영업자와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모두 늘리는 정책이다. 경기가 하강하고 대외 환경까지 악화되는 때에 부작용만 확대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책 당국의 유연하고 실용적인 자세가 절실하다. 대내외 경제 환경을 감안해서라도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근로시간 단축도 기업의 현실을 보다 고려하는 쪽으로 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