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탈도 많았던 ‘부침의 4년’… 한국 대표팀 본선 진출 과정

입력 2018-06-18 19:36
한국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지난해 6월 14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A조 8차전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9월 6일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예선 10차전이 끝난 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대표팀 선수들이 신태용 감독을 헹가래 치는 모습. 뉴시스
한국 축구 대표팀은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에서 1무2패의 성적을 거두며 무기력하게 탈락했다. 당시 1승도 거두지 못한 한국 축구를 향한 비난 수위는 거셌고, 대표팀을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았다. 이후 한국 축구는 4년간 다사다난했던 과정을 거쳐 다시 한번 32개국이 참가하는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다.

브라질월드컵이 끝난 뒤 대한축구협회는 새 사령탑 선임에 돌입했다. 그해 9월 24일 독일 출신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을 2018 러시아월드컵으로 이끌 새 수장으로 선임됐다.

슈틸리케 감독의 초반 행보는 좋았다.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한국의 준우승을 지휘하며 승승장구했다. ‘갓틸리케’라는 별명을 얻으며 축구팬들의 신임까지 얻었다. 아시안컵 준우승은 브라질월드컵 실패로 상처받은 한국 축구팬들에게 다시 한번 희망을 가져다준 계기였다.

그러나 슈틸리케 체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점을 드러내며 추락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볼 점유율을 강조한 축구를 펼쳤지만 전술의 창의성이나 완성도는 눈에 띄지 않았다. 강팀들을 만났을 땐 일명 ‘뻥 축구’만 했다. 경기에서 진 뒤 패배 원인을 선수나 언론의 탓으로 돌리는 언행으로 많은 질타를 받았다.

부임 초기 “소속팀에서 뛰지 못하면 대표팀에 소집될 수 없다”고 선언했던 슈틸리케 감독은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이 시작되자 스스로 원칙을 깼다. 소속팀 주전 경쟁에서 밀리더라도 자신과 성과를 냈던 선수라면 무조건 발탁했다. 축구협회는 지난해 6월 한국의 월드컵행 향방이 걸린 카타르전에서 2대 3으로 패하자 사령탑 교체 카드를 꺼냈다. 슈틸리케 감독은 2년9개월 동안 한국을 이끌며 대표팀 역대 최장수 사령탑에 올랐지만 끝맺음은 좋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의 빈자리를 메울 소방수는 신태용 감독이었다. 지난해 7월 4일 지휘봉을 잡은 신 감독은 한국 축구의 월드컵 본선행을 이끌라는 특명을 받았다. 러시아월드컵까지 채 1년도 안 남은 시점이었다. 신 감독은 이란, 우즈베키스탄과 치른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9, 10차전에서 모두 극적으로 무승부를 챙기며 한국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이끌었다. 하지만 경기 내용면에서 무기력한 모습이 자주 보이자 신 감독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점점 거세졌다.

특히 월드컵 직전 치른 평가전 성적이 1승1무2패(3득점 5실점)로 썩 좋지 못하자 팬들의 실망감은 커졌다. 주축 선수인 이근호 권창훈 김민재 등이 차례로 부상 낙마하며 완전체의 전력을 꾸리지도 못했다. 역대 가장 기대감이 낮은 월드컵 대표팀이라는 오명을 들으며 러시아에 입성했다. 신 감독은 러시아 입성 후 “승리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며 팬들의 성원을 부탁하기도 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어떤 성적을 내든 앞으로 축구협회는 개혁과 쇄신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고 한국 축구의 인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게 됐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