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주노동자·다문화가정에 예수사랑 듬뿍

입력 2018-06-19 00:00 수정 2018-06-19 17:14
심형섭 서울심치과 원장이 17일 경기도 안산 단원구 온누리M센터에서 이주민의 치아를 치료하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M센터에서 한국인 교사로부터 한글을 배우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 안산=송지수 인턴기자

“여기 아, 파요.” “어휴, 이가 많이 썩었네. 마취를 좀 하고 치료해야겠다.” 러시아에서 온 무캄마드(13)군이 얼굴을 찡그렸다. 심형섭(48) 서울심치과 원장이 치과용 드릴과 치경(치과용 거울)으로 충치 치료를 시작했다.

17일 찾은 경기도 안산 단원구 온누리M센터 안에는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훨씬 많았다. 지하 2층, 지상 4층의 M센터는 서울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가 이주근로자와 다문화가정을 돕기 위해 2005년 12월 안산에 설립한 예배 및 복합문화 공간이다.

M은 ‘Migrant(이주민)’의 약자다. 안산에 거주하는 14개국 500여명의 외국인은 이곳에서 매주 한국어교육을 받고 법률상담과 토요 문화강좌 혜택을 누린다. 주일에는 자국어 예배를 드리고 무료 의료서비스를 받는다. 내과진료를 하던 양승호(30) 공중보건의는 “언어장벽이 있지만 기도하는 마음으로 다양한 이주민을 돌보고 있다”면서 “의료와 문화를 통해 교회로 초청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M센터를 방문한 이들 중에는 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처음으로 교회 문턱을 넘은 사람도 있었다. 모로코 국적의 무슬림 J군(18)은 “이 근처 모스크에 다니는데 치아를 치료하러 왔다”고 프랑스어로 말했다. 중국동포 정기남(72)씨는 “건축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평생 교회에 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봉사자 박명희(59·여)씨는 전도 소책자를 넘기며 치과 번호표를 들고 있던 중국 국적의 허정숙(68·여)씨에게 복음을 전했다. 송곳니가 빠진 허씨는 환히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가 마이(많이) 아파 고생하고 있는데 우리 영감도 이가 안 좋아서 함께 왔지 않겠습니까. 고저 지금은 가정 일만 하고 있어요. 그동안 교회에 아니 나갔는데 구원 이야기를 듣고 보니 이제 교회에 나가고 싶어요.”

이날 서울 온누리교회와 인천 온누리교회 소속 10여명의 자원봉사자는 M센터에서 치과와 내과, 미용 부스를 개설하고 37명의 외국인을 돌봤다. 약을 처방하던 진미령(49·여)씨는 “해외에서 1년간 공부하며 이방인으로서 외로움을 톡톡히 겪었다”면서 “그때 한국에 돌아가면 이방인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사역을 하겠다고 다짐했는데 8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한국 약사면허를 소지한 안다솜(28·여)씨도 “미국 유학생활을 해 이방인이 겪는 외로움과 설움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면서 “이곳 사역을 통해 도움을 주기보다 내가 더 힘을 얻는 것 같다”고 웃었다.

M센터는 러시아 몽골 태국 베트남 중국 캄보디아 스리랑카 출신 이주민을 돌보기 위해 현지 사역자와 간사가 일한다. 예산 전액은 온누리교회가 지원한다. M센터 장미숙 간사는 “외국인 사역은 끊임없이 공간과 물질을 지원해주고 관심을 가져줘야 하는 사역”이라며 “돈을 벌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가 이곳에서 예수를 영접하고 자국에 돌아가 복음을 전하는 외국인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네팔의 비루기싱 목사나 방글라데시의 호크 전도사 등은 M센터에서 예수를 만난 뒤 목회자가 됐다.

M센터는 현재 경기도 화성 평택 김포 남양주 등 외국인 노동자가 다수 거주하는 지역에 설치돼 있다. 심 원장은 “우리 주변엔 200여개국에서 온 225만명의 이주자가 있다”며 “그들 중 한 사람을 통해 민족의 운명이 바뀐다면 시편 67편 말씀처럼 모든 민족이 주를 찬송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안산=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