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천·밀양 참사 판박이인 군산 화재

입력 2018-06-19 04:04
지난해 12월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29명 사망, 37명 부상)와 올 1월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46명 사망, 141명 부상)가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진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제천 화재는 비상구가 막혀있어서, 밀양 화재는 스프링클러가 없어서 수십명의 사망자를 냈다. 지난 2월 5일부터 4월 13일까지 전국 34만6346곳에서 실시된 범정부 국가 안전대진단에서 가장 많이 적발된 것도 이와 관련된 사항이었다. 비상구를 폐쇄하거나 화재경보기나 스프링클러의 자동 작동 스위치를 의도적으로 꺼놓는 등 주로 소방시설 관리 상태가 미흡한 경우가 많았다. 정부는 과태료 부과 등으로 시정 명령을 내리고 안전진단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최근 자평했다.

하지만 비슷한 비극은 또 일어났다. 17일 밤 전북 군산시 장미동의 한 유흥주점에서 방화로 불이 나 3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쳤다. 인명피해가 컸던 것은 비상구가 허술하게 관리됐고 스프링클러가 없었기 때문이다. 주점 안에 있던 손님들은 유도등을 따라 약 23m 떨어진 무대 옆에 자리 잡은 비상구로 향했지만 주변에 박스와 생수병 등이 쌓여 있어 대피하기 어려웠다. 바깥에서 비상구를 가로막은 적치물을 치운 용감한 시민들이 없었다면 자칫 더 큰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이 주점은 바닥 면적이 238㎡로 기준(1000㎡) 이하여서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규정이 적용되지 않았다. 제천과 밀양 화재의 판박이다.

정부는 대형 화재가 날 때마다 소방 특별점검에 나서고 안전규정을 강화했다. 하지만 유사한 화재는 꼬리를 물고 있다. 대증 요법식 땜질 처방일 뿐 근본적이고 실질적 대책이 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중소 지역의 경우 소방안전법 적용을 받지 않는 건축물이 많지만 이에 대한 대비는 미흡하다. 건축물 규모에 따라 획일적으로 안전 기준을 적용하는 현행 소방 관련법 손질이 불가피한 이유다. 안전 사각지대를 방치하면 참사는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