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시대-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딤프 12년, 대구 뮤지컬의 역사가 되다

입력 2018-06-19 19:20 수정 2018-06-19 21:13
지난해 열린 제11회 딤프에서 대구산(産) 창작뮤지컬 투란도트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대구시와 딤프가 함께 만든 이 작품은 국내외에서 흥행을 이어가며 창작뮤지컬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딤프 제공
올해 열리는 제12회 딤프의 폐막작으로 내정된 영국 뮤지컬 ‘플래시댄스’ 공연 장면. 딤프 제공
장익현 딤프 이사장
제12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딤프)이 오는 22일부터 7월 9일까지 대구시내 주요 공연장에서 열린다. 올해는 대중성과 예술성을 모두 충족하는 작품들로 가득 채워진다고 한다. 매년 초여름 대구를 뮤지컬 열기로 달군 딤프가 올해로 벌써 12년째를 맞았다. 축제를 이어오는 동안 대구는 ‘뮤지컬 도시’로 자리매김했다. 뮤지컬 불모지 대구는 어떻게 뮤지컬 도시로 진화했을까?

딤프, 아시아 최대 뮤지컬축제 자리 잡다

딤프 사무국은 18일 딤프 설립멤버인 배성혁 집행위원장이 한국 뮤지컬 산업 발전과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등이 주최하는 제주해비치아트페스티벌에서 문화예술인상 부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고 밝혔다. 배 위원장의 수상은 딤프가 공연·예술계에서 가지는 위상을 보여준다.

대구시가 뮤지컬을 지역 대표 문화산업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기획한 딤프는 뮤지컬 공연과 부대행사, 시상식, 각종 뮤지컬 관련 프로그램 등이 모두 어우러진 세계 최초의 뮤지컬 단독 장르 국제뮤지컬축제다. 별도 사단법인을 만든 후 2006년 ‘프레(pre) 딤프’(1회 딤프는 2007년)로 첫발을 내디뎠고 이후 매년 6월 대구에서 대규모 축제를 열고 있다. 지난해 11회 축제까지 245개 작품이 무대에 올랐고 누적관객 160만명 이상이 다녀갔다.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대 뮤지컬 축제로 자리 잡은 것이다.

올해 딤프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와 체코, 영국, 프랑스, 러시아, 대만, 중국, 카자흐스탄까지 8개국의 24개 작품이 102회 공연된다. 특히 개막작인 체코의 ‘메피스토’와 폐막작인 영국의 ‘플래시댄스’ 등 초청작 8편 중 7편이 작품성과 재미를 모두 인정받은 외국 작품들로 뮤지컬 애호가들의 갈증을 해소시켜 줄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와 딤프가 함께 만든 대구산(産) 창작뮤지컬 ‘투란도트’도 뮤지컬 도시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 2011년 초연 이후 국내는 물론 중국 등 해외에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내년에 국내 창작뮤지컬 최초로 슬로바키아와 체코, 헝가리 등 동유럽권 라이선스 수출을 확정했으며 대만의 타이중 오페라하우스 등 3개 도시 투어 공연도 추진 중이다.

딤프, 뮤지컬 공연계 지형을 바꾸다

딤프는 서울 중심으로 형성돼 있던 뮤지컬 공연계 지형을 바꿨다. 활발한 창작 지원을 통해 지방에서도 훌륭한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딤프는 1회 때부터 국내 최초로 창작뮤지컬 지원사업을 시작했는데 12회까지 지원한 작품 수만 무려 54개다. ‘번지점프를 하다’ ‘풀 하우스’ ‘모비딕’ ‘스페셜레터’ ‘사랑꽃’ ‘식구를 찾아서’ ‘뮤지컬 꽃신’ 등 수많은 국내 창작 작품들을 발굴했다. 창작뮤지컬의 해외진출 활로도 열었는데 2009년과 2010년 각각 ‘마이 스케어리 걸(My Scary Girl)’과 ‘스페셜레터’가 뉴욕 브로드웨이에 진출했다. 딤프와 뉴욕뮤지컬페스티벌(NYMF)의 문화 교류를 통한 성과로 꼽힌다. ‘사랑꽃’은 2015 중국 동관뮤지컬페스티벌 폐막작으로 초청돼 ‘특별영예상’을 받기도 했다.

딤프의 창작 지원은 대구 뮤지컬 산업의 발전도 이끌었다. ‘사랑꽃’ ‘비방문 탈취작전’ ‘오! 미스리’ ‘데자뷰’ ‘이상한 나라의 안이수’ ‘로렐라이’ 등 대구에서 제작된 창작뮤지컬이 많이 배출됐고 매년 지원작의 25∼30%를 대구의 창작 작품들이 차지할 만큼 수준도 올라갔다. 축제는 공연시장 비수기인 여름 시즌에 열려 뮤지컬 공백기를 메우는 역할도 하고 있다. 딤프 개최 이후 각 극장은 공백기에 대관료 수입을 올리고 있다.

올해는 대만 대표 여행사(Lion Travel Agency)에서 딤프 관람을 위한 투어 관광객을 모집하는 등 지역 관광산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딤프는 앞으로 중국과 일본 등으로 관광 연계 대상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딤프는 또 국내외 뮤지컬 아트마켓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해외진출 인프라도 구축하고 있다. 박정숙 딤프 총괄운영실장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창작산실’과 CJ E&M의 ‘CJ 아지트’ 등 관련 사업이 활성화되는데 딤프의 창작 지원사업이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딤프, 뮤지컬 꿈나무들의 ‘기회의 땅’

딤프는 축제 시작 때부터 국내 최초로 차세대 뮤지컬 스타 양성을 위한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 사업을 벌였다. 또 2015년부터 전액 무료로 진행되는 뮤지컬 전문 아카데미를 운영해 뮤지컬 저변확대에 이바지했다. 특히 2015년에 신설된 ‘딤프 뮤지컬스타’는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전국 최대 규모의 뮤지컬 오디션으로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유명 뮤지컬 배우와 코미디언들의 자녀가 올해 대회에 출전하는 등 뮤지컬 배우 등용문으로 확실히 자리 잡은 모습이다.

이처럼 딤프 뮤지컬스타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강동우(1회 대상), 조환지(1회 대상), 이유리(2회 대학·일반부 우수) 등 대회 수상자들이 왕성한 활동을 하며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4회 대회는 글로벌 분야를 신설하고 시상금을 2배로 늘리는 등 규모가 커져 예선에 600여명(경쟁률 18대 1)이 몰리기도 했다.

▒ 장익현 딤프 이사장
“대구는 뮤지컬 도시… 딤프 글로벌화 매진할 것”


“대구는 이제 뮤지컬 도시입니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딤프) 장익현(61·사진) 이사장은 18일 딤프가 대구에 기여한 점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처럼 답했다. 그는 “적어도 뮤지컬 팬들이나 뮤지컬 관계자들에게 있어 대구는 이미 뮤지컬의 도시”라며 “대구 특유의 공연 인프라와 뿌리 깊은 음악 전통, 그리고 딤프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딤프가 지금처럼 성장해간다면 전 국민들이 곧 대구를 뮤지컬의 도시로 인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 이사장은 딤프가 12년 동안 꾸준히 성장하면서 지방에서 열리는 행사라는 한계를 극복했다고 평가했다. 12년 동안 대구의 뮤지컬 저변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넓어졌고 뮤지컬 창작 역량도 크게 강화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 대구는 서울과 함께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뮤지컬 시장이 됐고 딤프가 무대에 올리는 국내외 초청작 중에는 딤프를 방문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작품들이 많다”며 “초청작을 보기 위해 타 지역에서 딤프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딤프는 지방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장 이사장은 딤프가 국제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확신했다. 그는 “그동안 중국과 영국, 동유럽 등에서 딤프 인지도가 크게 상승했고 지금도 다른 나라 뮤지컬 관계자들이 끊임없이 딤프 사무국으로 참가 의사를 타진해 오고 있다”며 “처음 딤프를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보면 위상이 크게 달라졌는데 이제 딤프가 국제화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장 이사장은 딤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글로벌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딤프가 세계 뮤지컬 흐름을 읽을 수 있고 뮤지컬 관계자들과 교류할 수 있는 세계 뮤지컬의 플랫폼이자 아트마켓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아쉬운 점에 대해서는 “아직 대구에 뮤지컬 전용극장 등 딤프 만의 거점이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장 이사장의 본업은 변호사지만 평소 뮤지컬 등 공연예술에 관심이 많았고 2013년 딤프 이사장을 맡게 됐다. 그는 이사장을 맡은 후 딤프의 내실을 다지고 축제를 글로벌화 하는데 노력해왔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